10월의 어느 날. 서울 소재 철근콘크리트공사 전문건설업체의 K부장은 사무실에서 열변을 토했다. 이유를 들어봤더니 인건비가 너무 높고, 낙찰이 되지 않고,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매번 듣던 이야기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노조’ 이야기가 나왔다.

소형 오피스텔 공사에 주로 참여하는 이 업체는 그동안 노조 피해를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건설노조의 활동 영역이 소형 현장으로까지 옮겨오면서 노조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 했다. 노조는 노조원을 채용해 달라며 업체를 괴롭히다가 “현장은 건드리지 않을테니 월례비를 달라”고 요구를 했고, 결국 업체는 이에 응해 매달 100만~200만원씩 노조에 ‘갖다 바치’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황당하다. 적어도 타워크레인 노조는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월례비를 받아 간다. 그런데 현장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고 한다. 업체가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할까봐 친히(?) 가짜 근로계약서를 들고 다니며 제공한다.

다음날 한 인터넷 주간지는 한노총 건설산업노조의 단톡방 내용을 폭로하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내용을 보면 전문건설업체는 거의 샌드백이다. 특정 회사의 건설기계를 안 쓰는 등 말을 듣지 않으면 크레인을 점거해 공사를 막고, 다른 건설기계를 세우지 못하게 현장에 상시 대기하는 등 건설사를 손바닥 안에 넣고 이리저리 굴린다.

혹자는 말한다. 건설노조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럼에도 건설 현장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건설 노사정은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샌드백도 계속 맞다 보면 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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