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현장 사고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업에서 발생한다. 또 건설업 사고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추락으로 인한 것이다. 산업재해 통계 분석자료에 따르면, 추락사망자 10명 중 3명이 비계 관련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계는 공사용 통로나 작업용 발판 설치를 위해 구조물 주위에 조립 및 설치하는 가설구조물이다. 국내 건설현장에는 강관비계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작업발판과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거나 안전기준 미준수 등의 원인으로 추락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건설업 중대재해조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강관비계에서 94명, 시스템비계에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강관비계를 대신해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스템비계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재정지원 등을 실시 중이다. 시스템비계는 규격화돼 상대적으로 추락위험이 낮고, 설치가 편리하다. 하지만 시스템비계도 안전에 완벽한 것은 아니다. 설치 및 해체 작업 시 안전난간이 없는 작업발판에 올라가서 안전난간을 나중에 설치할 경우 추락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난간을 나중에 설치하는 일명 ‘안전난간 후행공법’의 작업절차에서 발생하는 안전상의 문제다. 실제로 올해 초 경기 군포시 소재 근린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비계공이 외부 시스템비계 설치 작업 중 안전난간이 미설치된 작업발판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비계 설치·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망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난간 선행공법’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공법은 비계 설치 시 안전난간을 미리 설치하고, 비계 해체 시 안전난간을 나중에 해체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2003년에 후생노동성이 안전난간 선행공법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편리하고 안전한 비계작업 방법을 제시했다. 2006년에는 일본공업규격(JIS)으로 제정하는 등 선행안전난간의 표준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안전난간 선행공법을 제시했다. 영국은 국립비계협회(NASC)에서 ‘비계작업의 추락예방 가이드’를 통해 강관비계와 시스템비계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난간 선행공법의 기술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비계작업안전 가이드라인에서 순차식 선행안전난간, 상승형 선행안전난간의 기술기준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올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국내 최초로 선행안전난간을 개발해 특허출원했다. 시제품 제작도 완료했다. 이번에 개발된 선행안전난간을 국내 건설현장에 적용해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 검토 중인 안전인증 기준과 안전 사용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당장 어렵다면 공인시험기관의 성능시험을 거쳐 건설현장에서 안전성을 판단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분야 건설현장에 우선 도입 또는 설치비용 지원 등의 방안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전난간 선행공법이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될 경우, 비계 설치나 해체작업 중 다발하는 추락사고 예방은 물론, 건설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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