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의 핵심 주제는 저탄소 환경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저탄소로 구체화됐다. 기업 경영의 화두도 ESG(환경, 사회, 관리구조: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에 집중되고 있다. 하루 일용할 집안 양식을 마련하기에도 노심초사하는데 20년, 30년 후 날씨 걱정을 하면서 집 바깥을 내다볼 처지가 못 된다고 체념할 사안이 아니다.

UN 산하 국제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해 말에 발간한 ‘2020 글로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숙적으로 여기는 탄소 배출의 주된 통로는 건설산업과 관련돼 있다. 2019년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99억5000만톤으로 늘어났는데, 건축물과 건설산업에서 배출된 CO2 배출 비중이 전체 산업의 3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건축물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배출한 CO2 양이 17%, 비주거 건축물에서 11% 그리고 건축물 건설 활동 과정에서 10%에 달하는 CO2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전 세계에서 건축물과 건설산업이 사용한 에너지 비중은 35%인 점과 비교해 보면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방식으로 에너지를 사용한 셈이다.

CO2가 배출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소, 양 등 가축의 트림과 방귀에서도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친환경론자들 가운데 채식주의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2019년 연간 전 세계 탄소 총배출량은 약 366억톤으로 추산되므로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탄소 배출량은 총배출량의 약 27%를 차지한다. 

건설산업은 환경, 저탄소, 디지털 경제라고 하면 출발선에 나가기도 전에 기죽고 들어간다. 역설적이다. 오히려 건설산업에는 ESG 경영의 프리미엄이 내재돼 있다. 건설 시설물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도 자연 및 사회 환경과 친밀한 접근성을 가진다. 지속가능한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은 건설산업의 기반에서 구축되고 표출되는 결과이다. 그런데 건설 생산방식을 혁신하지 못함으로 인해 환경 파괴적 토건, 퇴행적 건설, 노가다 관리의 오명과 모함을 받았다.

ESG 경영이 기업의 수익을 포기하거나 환경단체와 사회봉사 조직에 대한 기부 활동을 확대하라는 것이 아니다. 환경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를 기업 경영에 활용하는 구조적 혁신을 이루자는 것이다. 수익을 자연환경과 사회에 분배하거나 환원하는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아예 생산과 투자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자연환경과 사회의 가치를 추구하는 생각과 실천력의 경영구조로 전환하자는 의미이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건설산업이 저탄소 환경경제를 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탄소 에너지 사용과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 건설 시설물의 생애주기 가운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자재를 사용하고 공법을 개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생산방식의 기술적 변화는 소극적이다. 자연환경의 복원력을 재생시키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역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건설’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설물을 건설하자는 기준을 뒤집자. 환경을 복원하는 적극적인 건설을 하자. 물줄기를 바꾸고 계곡을 없애고 산기슭을 수몰시키면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댐 건설이 아니라, 수자원 생태계를 보호하고 홍수와 산림 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제방과 댐 건설은 위치 선정, 규모와 방식, 투입 자재, 주변 환경과의 지속가능한 연계성과 영향, 비용편익의 산출, 사후 관리 방식 등의 주안점을 달리해야 한다.

주택 건설업체는 개인의 자존감과 가정의 안락함과 지역사회 공동체의 안전한 유대감을 ‘건설’하는 혁신적인 주거공간을 주도해야 한다. 주거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건설업체는 사회적 가치 경영의 선도자가 될 것이다.

세계은행 그룹의 국제금융공사(IFC)는 그린(green) 시설물에 대한 투자 수요는 2030년까지 24조7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SOC 디지털화와 국민생활 공공시설의 제로 에너지화를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건설산업의 활로는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시설물 생산에 구현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기업과 경제의 패러다임은 변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물결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그 물결을 즐길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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