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칼럼] 리모델링이 활성화 안 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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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칼럼] 리모델링이 활성화 안 되는 까닭
  •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 승인 2021.06.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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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리모델링이 건설업계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이전부터 이 시장에 공을 들여온 포스코건설, 쌍용건설뿐 아니라 삼성물산,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도 대거 뛰어드는 모양새다. 정부 규제 강화로 재건축 수요가 줄어들자 리모델링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도 덜하고 사업기간도 짧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 사업은 그동안 재건축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여기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핵심적으로 ‘수직증축’과 ‘내력벽 철거’ 허용을 두고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 탓이 크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준공 후 30년에 가까워지면서 정비사업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의 까다로운 허들을 넘어야 한다. 2년 거주의무, 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은 규제들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1기 신도시들의 경우 평균 용적률이 200% 정도라는 것이다. 재건축을 추진하기엔 사업성이 부족하다. 상당수 단지들이 대안으로 리모델링에 눈길을 돌리는 배경이다. 상황이 비슷한 서울의 주요 구축 아파트 단지들도 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리모델링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파트 주민들은 건설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새 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 효과를 주변 새 아파트를 통해 확인했다. 재건축만큼의 대대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새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마친 단지는 총 62개 단지 4만5000여가구다. 조합설립 이전 단계인 아파트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리모델링은 완전 철거 후 신축하는 재건축과 달리 기존 건물의 뼈대를 활용해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리모델링은 크게 수직증축과 수평증축으로 나뉜다. 이 중 대다수 아파트들이 수평증축을 조건으로 건축 심의를 통과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직증축 허가를 받은 곳은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뿐이다. 인허가권자인 지자체와 정부가 수직증축에 대한 안전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내력벽 철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안전성에 대한 우려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2016년 1월 “안전한 범위에서 수직증축 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안전성 논란이 일자 같은 해 8월 이를 유보했다. 이후 2018년 건설기술연구원에 내력벽 철거에 대한 안전선 검사를 맡겼다. 연구 결과 보고서는 2년여가 지난 작년 8월 국토부에 접수됐다. 하지만 아직도 국토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용적률, 건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파트 단지들 중 상당수가 수직증축을 원한다. 동간 간격이 가까워 수평증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직증축의 경우 3개층 이내로만 추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적합한 안전진단등급을 정한 뒤 기준을 충족하는 아파트에겐 허용하면 되지만 그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한국의 아파트는 대부분 기둥이 없다. 벽이 천장을 받치는 형태다. 이 벽을 내력벽이라고 부른다. 건설업계에선 내력벽을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면 더 효율적인 평면 구성 및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세대 간 내력벽’이 문제다. 세대 간 내력벽을 철거해야 좌우 확장을 할 수 있고 3베이, 4베이 구성이 가능하다. 건설업계에서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온 이유다. 국토부는 2016년에 안전진단 평가등급 B등급 이상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세대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가 철회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건설사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것이다.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 사례가 있다. 5000가구가 넘는 이 단지는 2018년 서울시가 추진한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서울시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3년째 표류하고 있다. 입찰에 건설사들이 제안서를 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사업성’ 때문이었다. 사업성이 낮을수록 조합원들이 내야하는 분담금 부담도 커진다. 결국 이 아파트는 자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선 사업성 개선이 필요하다. 서울의 경우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강남4구와 마‧용‧성 지역에 국한돼 있다. 그 외에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성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모델링 부문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 이후 아파트면 추진할 수 있다. 준공 후 30년은 지나야 하는 재건축보다 조기에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사업 기간도 평균 5년 정도로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보다 짧다. 초과이익 환수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용적률 200%를 초과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아파트 단지들에겐 거의 유일한 기회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선 수많은 낙후된 아파트들이 재정비되는 주거환경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재건축만큼은 아니지만,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공급효과도 있다. 사업 활성화에 비례해 주택공급 효과도 커져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뭉개고 있을 이유가 없다. 책임회피를 넘어 직무유기라는 비판까지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주거불안, 새 아파트 부족은 집값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지난 3년여간 적나라하게 경험했다.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명확한 기준과 함께 수직증축, 내력벽 철거를 허용해야 한다.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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