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미래를 본다 ● 발주제도 선진화 움직임

최근에 건설관련 안전사고로 인해 많은 생명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다보니 그 안타까움이 더하다. 특히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갑질 등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를 보면 공정개념이 정말로 필요한 산업은 건설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각종 안전사고는 불공정으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 분야에서 원도급-하도급의 고리는 끊을 수 없는 구조다. 중소건설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고리관계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계약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

국가도 ‘건설산업기본법’이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부당하고 불공정한 하도급계약의 체결을 막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이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위반 사실의 신고를 요하고, 이러한 신고를 해야 할 사실상의 당사자는 바로 수급업체라는데 문제가 있다. 수급업체는 주로 중소건설업체인데, 이들이 과연 원도급사의 불법행위를 거리낌 없이 신고할 수 있을까? 사업을 접을 각오 아니면 이를 신고할 용기가 안 날 것이다. 법이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불공정은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또 건설산업기본법 제3조는 ‘이 법은 건설산업이 설계, 감리, 시공, 사업관리, 유지관리 등의 분야에 걸쳐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를 균형 있게 발전시킴으로써 국민경제와 국민의 생활안전에 이바지함을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즉 ‘국민경제와 국민의 생활안전에 이바지함’이 이 법의 기본이념인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과연 법에 명시된 이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조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하도급계약의 공정성 확보와 위법행위를 한 사업자를 처벌하는 규정만 있을 뿐, 국민의 생활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전적 예방조치는 이 법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사전적 예방조치는 특별한 아이디어를 요하지 않는다. 건설 관련 사업장에서 갑질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도급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국가가 관리·감독을 하는 것 등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대금착취 등 공사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갑질을 막는 게 넓은 의미의 국민적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약 자유라는 미명 하에 법에는 이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의무가 규정돼 있지 않다. 이는 이 법을 만든 국가가 필요한 입법조치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의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관행처럼 이뤄지는 잘못된 고리를 끊어내려면 이제는 계약공정 및 공익보호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이 발주자가 원·하도급 관계를 사적 계약으로 치부하는 구조에서의 탈피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현대의 체계화된 국가에서 지금과 같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공익보호를 실천하는 법체계의 구축과 공정한 계약방식(발주제도)의 도입으로 하루속히 더욱 안전하고 균형 잡힌 대한민국의 건설시장이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