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미래를 본다 ● 달라지는 시대적 가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경제적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여겼다면, 현재는 공정과 균형, 환경 문제까지 다변화된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바람은 건설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균형발전·탄소중립 등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건설사업이 잇따라 발주되고 있고, 이에 따른 사업역량과 시공기술 등이 요구되고 있다. 건설업계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주목해야 할 경제·사회·기술상의 변화양상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국가균형발전 방안 모색=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지역 간 균형발전이 꼽히고 있다. 현재 당정에서는 “개헌에 국가균형발전 기본 방향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균형발전의 중심 사업으로 메가시티(Megacity) 조성과 광역 교통망 구축 등이 추진되고 있다. 우선 지난 14일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에서 초광역협력 국가균형발전 정책화가 공동협력 과제로 채택됐다. 

또 광역도로망 등과 관련해서는 △동대구~창원 간 고속철도 건설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 건설 등 광역철도 8개 노선 △남해~여수 간 해저터널 건설 등 3개 광역도로망 구축까지 모두 11개 사업이 공동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충북도는 총 458억원을 투입해 지역균형발전 기반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제천시 아열대스마트농장 조성, 보은군 말티재 권역 주차시설 조성, 옥천군 옥천읍 동서간 생활축 이음사업, 영동군 추풍령 급수탑 공원 활성화 등이다.

전주권-새만금권도 메가시티가 공론화되고 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전주권(전주·완주·익산)과 새만금권(군산·김제·부안)을 중심으로 광역화 불가피론을 제기한 바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김사열 위원장은 “2025년까지 75조3000억원이 지역에 투자될 예정”이라며 “지역산업을 뒷받침할 도로·철도 등 시설 확충과 광역·교통 물류망 사업, 환경시설 설치 등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부각=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열풍이다. 그중 건설산업에는 ‘친환경’이 화두다. 정부의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신재생 발전단지 건설 공사가 발주됐고, 친환경 건축물 건립 등도 진행되고 있다.

신재생 주요 사업은 △4800억원 규모 새만금 해상풍력 발전단지 공사 △5000억원 규모 아리울 해상풍력 업무협약 △9000원억 규모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 공사 △36조원 규모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등이 있다.

태안에서는 사업비 5000억원, 3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건설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남 영암군에 2939억원을 투입해 200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한다.

에너지뿐만 아니라, 친환경 건축물 도입도 대폭 확대되는 모습이다. 2025년부터 공공 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ZEB) 등급이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오르고, 민간 건물은 연면적 1000㎡ 이상부터 5등급 이상을 획득하도록 의무화된다.

공공 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의무화는 2025년 이후부터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그린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건축 맞춤형 지원과제를 담은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건축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 외 기후변화에 따른 노후·위험 사회기반시설(SOC)에 대한 개선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대학교 한무영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각 건축물별로 기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 위한 SOC 사업들=한 가지 더 눈여겨볼 부분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는 친고령화 SOC 사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혁신도시나 도시재생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추진해왔다. 특히 생활형 SOC는 연간 30조가량을 투자해 지역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복지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지난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부처들이 요청한 내년 SOC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국가하천·도로·철도 등 노후 SOC 안전투자·디지털화 등 필수투자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생활밀착형 SOC에서 친고령화 SOC로 방향이 전환될 것이란 예상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홍성호 선임연구위원은 “노인 비중이 높아질수록 노인 건강과 문화생활 등과 관련한 건설사업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이러한 사회 현상을 반영하기 위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시공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업계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했고, 현대건설과 한화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도 수주 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광역 도시 개발이나 대규모 발전단지 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를 수주하기 위한 영업 전략은 물론, 생산성 향상과 환경보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건설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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