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한 해외 건설공사에
전문건설 데려가선 뒤통수 쳐
발주처 핑계 대며 부당계약하고
“분쟁시엔 ICC 중재” 부당특약
대금 못받은 전문건설 전전긍긍
국내법 적용 등 제도 개선 시급

#사례1 한 종합건설사는 해외 공항 공사를 수주한 다음 전문건설사에게 하도급을 주면서 발주처로부터 30%의 기성금을 계약이행보증금으로 유보당했다는 이유로, 하도급사와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에 하도급사는 30%의 기성금을 사실상 지급받지 못했고 공사비 부족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또 발주처 문제로 공사가 2년 이상 지연돼 전문건설사는 엄청난 대기비용과 간접비를 추가로 부담했다. 그럼에도 원도급사는 발주처의 문제이고 우리나라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간접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사례2 또다른 종합건설사는 중동지역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외국사와 조인트벤처(Joint Venture)를 구성해 낙찰을 받았다. 이후 우리나라 전문건설사를 섭외해 함께 진출했지만, 현지 법은 해외건설사가 하도급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해 해당 전문건설사는 현지 업체와 스폰서 계약을 맺은 뒤 이를 통해 계약을 진행했다. 이후 원도급사의 지시를 받아 추가공사를 진행하고 추가공사비를 청구했는데 원도급사는 “JV와 계약한 것이니 우리는 권한이 없다. 재판하려면 국제형사법원(ICC) 중재로 하기로 했으니 알아서 하라”며 발뺌했다. 결국 전문건설사는 대금 180억원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놓였다.

이와 같이 대형종합건설사들이 수주한 해외 건설공사에 하도급사로 참여했던 전문건설사들이 불공정 하도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해외 현장의 경우 우리나라 하도급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종합건설사들이 부당한 특약을 마음대로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전문건설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부 종합건설사들은 해외법인 설립을 유도한 후 계약한 뒤 △발주처와 원도급사 간 부당한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조건을 하도급사에 강요하거나 △분쟁 시 소송은 해외중재로 해결한다는 부당특약을 설정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다.

또 명목상 해외 회사간 계약이라는 이유로 영문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계약에서 우리나라 하도급법에 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분쟁 발생 시 소송비용만 10억원가량 소요되는 ICC 중재 등으로만 해결하도록 해 중소건설사의 중재요청을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설정하는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하도급법 전문 변호사는 “발주처와의 계약과 상관없이 원사업자가 하도급사에 기성금의 30%를 계약이행보증금으로 유보하는 것은 하도급 법 위반이라는 심결례가 있다”며 “하지만 해외공사이기 때문에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잘못된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JV는 공동수급체 조합에 불과하고 하도급계약을 JV 명의로 했다 하더라도 원사업자는 그 조합원인 종합건설사”라며 “종합건설사가 원사업자가 되는 것이고 전문건설사가 수급사업자가 되므로 우리 하도급법이 적용된다”며 “그렇다면 그 관할을 해외 ICC 중재로 한 것도 법 위반이고 무효”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제도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현장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선 △해외법인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국내 건설사인 경우 국내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건설 표준하도급계약서 적극 활용을 정부 차원에서 권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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