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 완만해질 가능성 낮아”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 등 복합적 영향
이번달 금통위 경제전망서 물가 상향 조정할듯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 상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6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7월15일 개최)’에 따르면 한은은 하반기 중 유가가 현재의 70달러대를 유지할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전망수준(1.8%)을 상회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26일 회의에서 기준금리 조정 방안을 논의하는데, 금통위 직후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한다. 앞서 5월 한은은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예상한 바 있다. 상반기 1.7%, 하반기 2.0%로 각각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1.8%로 한은 전망치를 넘어섰다. 7월 소비자물가 역시 2.6% 상승하며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 5월과 같은 상승 폭이다.

한은은 당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 중반보다 더 오르면 물가 전망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고, 임금도 상승하고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한은 물가 관리 목표치인 2%를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금통위 의사록을 봐도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종전보다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의 물가 상승세를 종전과 달리 기저 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아 졌다. 한 금통위원은 “글로벌 농축수산물가격, 국제유가 등의 흐름을 통해 볼 때 소비자물가의 상승세가 완만해질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 위원은 또 “물가 경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종전 대비 올려 잡은 유가 수준은 최근의 유가 흐름이나 여타 기관들의 전망치에 비춰 보수적인 전제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 부서는 “최근 산유국의 증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원유시장으로 투기자금의 유입이 늘어나는 등 상방리스크가 작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한은 역시 현재의 물가 전망 전제치가 보수적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느 정도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또 최근의 기조적 물가흐름을 판단해 볼때 지난 5월 전망 때 보다 상방 압력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한 금통위원의 질의에 “5월 전망 보다 상방 압력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한은은 또 “일례로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들 가운데 가격이 오르는 품목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물가상승률은 지난 전망치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첨언했다.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기조적 물가흐름에 일정 부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한은 관련부서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부서는 이 위원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최근의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는 경기회복세를 반영하는 한편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일부 위원도 “지난 4월까지의 임금상승률 실적치를 감안하면 올해 임금인상 압력이 꽤 있어 보인다”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도 예상보다 다소 높아질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위원은 또 “최근 개인서비스 물가가 2%대 중반까지 상승했다”며 대면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은 데도 이 같은 오름세가 나타나는 배경이 무엇인지 관련부서에 물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는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외식 수요의 증가, 농축수산물가격 급등에 따른 재료비의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현재의 개인서비스 물가 수준은 예년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고교무상 교육 등 세금을 동원한 관리물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킨 측면이 있었다면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본 위원도 있었다. 한 금통 위원은 “지난 몇 년간 관리물가가 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왔지만 관리물가 대상 품목들의 가격이 이미 상당 폭 하락한 만큼 이제는 관리물가가 더 이상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같은 관리물가의 영향력 약화는 근원물가가 그만큼 추세적으로 상승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관련부서 역시 "그간 관리물가의 하락세를 주도해 왔던 무상교육·급식이 순차적으로 모두 시행되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관리물가에 의한 물가의 하방압력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동조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도 그렇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을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라고 얘기했다가 갑자기 톤이 바꼈다”며 “중앙은행이 8월에 금리를 인상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올해 물가 전망치를 2%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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