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통령 선거 후보나 제1 야당의 주요 대선 경선 후보의 1호 공약은 역시 ‘부동산’이었다. 부동산이 150일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선 민심 풍향계를 가를 핵심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른바 ‘대장동 의혹’이 온 나라의 관심을 빨아먹는 ‘블랙홀’이 되어버린 이유도 그게 다름 아닌 부동산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나. 여당 대선 후보가 답을 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예상 못 한 집값 폭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한쪽에선 대장동 같은 ‘벼락부자’가 생겼고, 다른 쪽은 ‘벼락 거지’가 됐다.

최근 만난 A씨는 후자의 경우에 가깝다. 그는 서울 강남구의 오래된 아파트에 전세 살았다. 집주인은 아파트를 사 놓고 해외로 이주해 5년 정도 안정된 전셋값에 맘 놓고 살았다고 한다.

작년, 날벼락이 떨어졌다. 느닷없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요건 때문에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한 것. 부랴부랴 인근의 전셋집을 찾던 A씨는 많게는 2배가량 오른 같은 평수 아파트를 구할 방안이 없어 월세로 이사했다.

그는 서울의 다른 동네에 본인 소유의 집이 있다. 그 집으로 갈까 했지만 전세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이 허망했다. 강남의 아파트는 상당 기간 빈집으로 남아 있었다. 집주인이 전입신고만 하고 실제 귀국은 하지 않아서다. 그러던 차에 그 법을 만든 여당 소속 의원이 나서 2년 실거주 의무를 백지화했다. 단지에는 다시 전세 물량이 늘었고, 가격이 내려갔다. A씨만 ‘피’를 본 것이다.

B씨는 이사를 하기로 하고 다음달 잔금을 치러야 한다. B씨에겐 양도소득세가 스트레스다. 매입해 오래 살았고, 예상 못 할 수준으로 집값이 올라 양도세가 꽤 된다. 여당에서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말을 믿고 이사할 집을 계약했다. 다수당이라 바로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A, B씨는 투기꾼이 아니다. 성실하게 직장 다니고 월급 모아 은행 대출 보태 아파트 한 채 가진 전형적인 ‘베이비부머’다. 이사 이유는 둘 다 자녀 교육에 보탬이 될까 해서다.

이런 이들이 왜 ‘징벌적’ 규제의 타깃이 되어야 했을까. 집 없어 전세살이에 지친 이들을 옥죄는 대출 규제도 곧 발표된다고 한다니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타깃이 누군지를 따질 이유조차 없어지는 듯하다.

이런 ‘무작정 난사’ 부동산 정책이 부른 분노가 타오른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 보신각 근처에서 ‘분노의 촛불’이 켜졌다. 이들은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이 점점 무색해지고 아연실색하게 되는 요즘”이라고 외쳤다. ‘집값 안정화’가 아니라 ‘집값 하향’이 정책 대안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