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수도 없이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처벌강화를 선언해도 불공정하도급 거래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부당특약을 설정하는 등 대표적 고질병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불공정하도급 행위를 일삼다 공정위 심의를 받게 된 종합건설사업자들이 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시정명령 등 처분이 너무 과하다”거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등은 피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자신들의 부당 행위로 수억원 대 빚더미에 올라 삶의 마지막까지도 생각하는 영세 하도급사 옆에서 자신들은 조금 봐달라고 말하는 꼴이다. 그런데 사정당국은 법 위반 사업자들의 이러한 요청 또는 주장이 대부분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실제 올해 불공정하도급 건으로 심사관 전결 경고를 받은 사건 수는 600건이 넘어서고 있다.

반면 국회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와 관련해 과징금이 부과된 건은 23건에 186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심사관 전결 경고 처분이란 사건을 조사한 심사관 단계에서 경고 처분을 내리는 것이다. 때문에 피해 사업자들은 “피해자인 나는 불공정 행위로 인생이 망가졌는데, 피의자인 사업자가 받은 건 경고장 한 장이 전부”라고 토로하기 일쑤다.

마치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이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그러면 안 돼. 사이좋게 지내야지”하고 끝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같은 상황이 무한 반복되다 보니 정부 사정기관도, 법 위반 사업자도 피해 사업자의 처지는 보이지 않는 것인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온갖 이유로 과징금 등을 면제해 주는 것이 그들의 관행일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러는 사이 피해 사업자들은 법을 통해 최소한의 위로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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