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에 어느 전문건설업체를 만났다. 대형 종합건설업체와 거래를 20년 넘게 해 왔다. 약 5년 전에는 종합건설사와 관계가 좋아서 수익도 나고 해서 재미있게 사업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임 사장이 오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장은 평생 법조에 있었던 터라 매사가 정확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편에서 정확한 것이지 협력사 입장에서는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즉 그 신임 사장은 모든 현장에서는 수익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 보니 특정 현장에서 수급사업자들의 애로점, 즉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한 공사 지연, 돌관공사에 따른 비용 증액을 인정하지 않았다. 더구나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하다 보니 당초에 생각한 비용보다 훨씬 많이 투입됐다. 

대형 국책사업 공사는 몇 년을 하는 장기공사다. 그러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공기 연장이 일어난다. 그럴수록 간접비가 대폭 늘어난다. 이런 비용이 계약변경 시에 반영이 안 된다. 이 업체도 장기공사 2개를 하도급 받았는데 하다 보니 거의 5년이 지나게 됐다. 그 두 현장에서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처음부터 낮게 하도급대금이 결정된 것이 원인이기도 했지만 공기 연장과 돌관공사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니 문제가 많았다. 우선 하도급 대금을 최저가 낙찰 이후에 조정해서 조금 낮게 결정했다. 이것은 하도급법 제4조 2항 위반이다. 그런데도 이것을 처벌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하도급사 건은 소멸시효가 3년이다. 하도급대금 결정행위 시점이 3년을 넘었다. 그래서 최근부터 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것만 골라내 보니 그렇게 중요한 법 위반행위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추가공사나 설계변경에 따른 하도급 계약변경을 하지 않은 행위 등에 대해 신고를 하기로 했다. 

설계변경 등의 증액 시에는 하도급 변경 계약서를 보냈어야 했다. 그렇지만 수급사업자가 보낸 문서는 단순히 설계변경에 따른 금액변경을 요청하는 문서만 있었다. 하도급법 제3조 5항에 하도급계약 추정제도, 즉 하도급업체 쪽에서 변경된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어서 보내는 방법이 있다. 그 조항에서 규정한 절차와 형식을 지키지 못하고 단순한 공문만 보냈다. 이러한 문서는 큰 효과가 없다.

사실 중소기업은 이러한 손실이 발생하면 처음에는 그냥 참는다. 을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손실을 감수할 수 있을 때까지 참는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면 전문가를 찾는다. 그런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참지 말고 일단 즉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전문가를 찾아서 특정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찍 나서면 다음에 싸울 준비라도 할 수 있다. 지속적인 상황관리를 할 수 있다.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문서를 준비하고, 공문도 하도급법 내용에 적합하게 보낼 수 있다. 

이 외에 현장에서 준비해야 할 것, 즉 현장사진 확보, 작업일지 정리, 현안 사항을 본사에 보고하고, 모든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원사업자와 미팅 시에도 육하원칙에 의해 회의내용과 결과를 정리하고 참석자 확인을 받든지 아니면 잘 정리된 것을 본사에 보내고, 참석자들에게도 이메일로 보내면 좋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공식적 문서와 비공식적 문서가 차곡차곡 쌓이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상황을 봐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소멸시효는 분쟁조정 신청만으로도 중단된다. 정식 신고는 아니더라도 그것만이라도 해 둬야 한다. 그런데 사실 분쟁조정 신청만으로 싸움을 걸기에 쉽지 않다. 그러면 판단해야 한다. 하도급법 위반 내용도 3배의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조항이 있다.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부당한 취소, 부당감액, 기술탈취 등이 있다. 이러한 법 위반 행위가 있을 때는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도입부에 소개한 업체도 5년간 가슴앓이를 하지 않고 바로 대응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준비를 해야 했다. 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그것만이라도 챙겨야 한다. 계속 상황관리를 하면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