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 번식은 동식물의 본능이자 존재의 이유이다. 일정한 지역에서 무리를 이뤄 살아가는 동물들은 교배의 대상이 제한적이기 마련이다. 동물계의 근친교배는 유전적 결함을 증대시키거나 생물학적 적합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상당수 동물은 근친교배를 본능적으로 회피하는 종족 보호의 방어기제를 발휘한다는 흥미로운 학설이 우리의 관심을 끌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스웨덴 룬드대학교 라이사 드 보어 연구팀이 학술과 언론 융합 잡지인 ‘The Conversation’에서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발표된 초파리에서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88종 동물들의 근친교배에 관한 연구 139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동물들의 일관된 근친교배 회피의 증거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 해석하면 종족 보호 본능이 강하고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이 근친교배가 수월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근친교배 중심 또는 회피의 본능이나 일률적 성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고대나 중세에는 일본을 비롯한 섬나라는 물론 유럽 대륙에서도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상간의 풍습을 당연시했었다.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사촌 누이와 결혼했다. 그러나 인본주의적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인간 사회는 근친상간을 금기시해 왔는데, 이는 사회적 다양성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현대 인간 사회에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선택의 폭이 확장되고 깊이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은 발전의 동력이 된다.

경제활동에서 다양성과 선택의 기회는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지만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 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발상과 전략적 선택이 혁신적 시도로 이어져 장애요소들을 뛰어넘게 된다면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공격력이 예리해질 것이며, 방어력이 치밀해질 것이며, 상대를 교란시키며 흩트려 놓을 수 있는 협상력과 지배력의 우위를 얻게 될 것이다.

건설산업의 구조적 맹점은 다양성과 전략적 선택과 혁신적 시도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건설이든 전문건설이든 국내 건설산업은 주어진 세상에서 주어진 시설물에서 곶감을 따먹기에 익숙해져 있다. 붕어빵 공동주택을 찍어내며 돈주머니를 주물러 왔다. 새로운 세상과 공간을 건설하는 시도는 극소수의 비주류 건설인의 의협심 정도로 평가해 왔다. 이미 무수히 들어온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다양하고 혁신적인 건설 비즈니스를 서둘러야 한다.

건설산업의 다양성과 혁신성과 융합성을 높여 건설 없는 건설 비즈니스를 확장해 보자. 메타버스를 예로 들어 보자. 이미 젊은 세대와 선진 경제는 현실세계를 가상세계로 성큼 확장하고 있다. 아마도 10년 이내 업무를 포함한 일상생활의 절반 이상은 가상세계에서 얘기 나누고 해결하고 즐기게 될 것이다. 현실세계를 보완하는 가상세계가 아니라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가상세계와 공간에 건설산업의 다양한 볼거리와 만질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토지를 개발할 필요가 없고 타워크레인이 전복될 위험이 없고 중대재해처벌을 받을 초조함이 전혀 없지만 현실보다 더 멋진 시설물을 가상공간에 설계하고 설치하고 안내하는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 14개 전문공종의 건설 장인들이 가상공간을 건설한다면 그래픽 디자이너가 설계한 구조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현실성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무겁고 고정된 시설물을 언제나 바로 이동이 가능하고 해체 가능한 가상 시설물로 소비자들을 불러들여서 소비하게 하고 놀게 하고 거주하게 할 수 있다. 고유한 실내 구조와 건설 기술을 표현해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제작해 판매할 수 있다. 지인 교수가 지도하는 4학년 대학생은 지난해 의류 NFT로 순수익 12억원을 벌었다고 했다.

건설기업은 제한된 토지 위에 제한된 시설물을 건설할 수도 있지만 무한대의 가상공간에서 무한대의 건설 수요와 시설물 수요에 부합하는 건설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건설공사의 위험 없는 건설 비즈니스이다. 노가다의 건설산업을 노다지의 건설산업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선택해야 한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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