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연초에 대선까지 임박해지면서 정책과 공약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희망보다 걱정이 앞선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증유의 팬데믹 상황에서도 고난 극복의 DNA를 발현시켜 일을 좀 해보려 해도 의지가 꺾이기 일쑤다. 노조, 세금, 규제 등 기업의 발목을 잡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포퓰리즘적 공약들이 제철을 만난 듯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노동이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했다. 공포 후 6개월 후 시행된다.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민간기업까지 확대되는 예고편일 수 있다. 가뜩이나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위축돼있는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할 게 뻔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 노조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억지 주장이 난무하는 이사회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오는 27일부터 실시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 요인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이면 중대재해에 해당한다고 돼 있다. 이 경우 최고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 결과 진작부터 감옥에 대신 갈 ‘감옥 대표’가 등장했다. 마치 ‘술 상무’처럼 말이다. 사원 건강검진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재직자 중 기저질환자를 가려내 따로 관리해야 한다. 아예 채용 때부터 뇌심혈관계 질환자나 재검 통보자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 산재 사고를 막으려는 중대재해법이 애먼 채용시장마저 얼어붙게 하는 것이다.

뭐가 됐건 고치고 부수고 새로 짓는 일이 많이 생길수록 건설시장에 나쁠 건 없다. 그 자체로 일감과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국가 경제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무차별, 무분별, 무책임한 정책이 남발돼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 정책이 최고통치자 말 한마디로 다 결정되는 나라는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왕조 시대 왕의 시혜도 아니고 국가 차원의 정책이 그렇게 가볍게 취급돼서는 안 될 것이다. 대선의 포퓰리즘 공약들이 그리 쉽게 실현되는 일이면 진즉 했었어야 하는 게 옳다. 세상에 공짜 없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섰다. 공약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일단 내건 공약이면 반드시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건설업계의 진짜 애로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당면 과제는 건설생산체계 개편에 따른 부작용과 불공평 해소이다. 5만여 개 전문건설과 1만여 개 종합건설 간 상호시장진출을 허용했더니 전문건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100억원 이상 공사에도 무리인 시장단가를 100억원 이하 공사에까지 적용하겠다는 발상 역시 표를 의식한 현실 왜곡이다. 대형할인매장의 가격을 동네 가게에도 똑같이 적용하자는 것이요 기업의 영업비밀을 다 공개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것부터 바로잡는 것이 건설적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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