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들 사정이 올해라도 좋아질 거 같지가 않네요. 매년 분쟁 관련 상담 건수도 증가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 맡은 하도급분쟁만 70건 정도 됩니다”

한 하도급 전문 변호사와의 대화에서 들은 얘기다. 법정에서 피부로 느끼는 하도급업체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런 목소리를 해당 법무법인에서만 듣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변호사들로부터 하도급업체들 상담 건수가 늘었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들려왔다. 대부분이 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어려움과 대금미지급 관련 건이었다. 안타깝게도 자잿값을 이유로 소송을 해도 실익이 없을 것이란 답변만 듣고 돌아간 업체들이 다수라고.

정부와 대형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자잿값 급상승 등 리스크가 하나 터지면 피해를 함께 나눠 감당하기보다 폭탄을 하도급업체란 약자에게 돌려 처리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오죽하면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자잿값 관련 설계변경에 적극 나서달라는 독려에도 불구, 제대로 피해보전을 받았다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공공공사에서부터 발주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현장 상황은 이것만 놓고 봐도 얼마나 어려울지 이해가 된다. 을의 입장에서 보고 있으면 분통이 터지는 게 당연하다. 가장 적게 이윤을 가져가고 권한보다 더한 책임을 지라니 말이다.

분위기가 이러니 정부와 대형업체들이 외치는 상생을 하도급업체들이 쉽게 받아들일 리 없다. 진정한 상생을 보여주려면 그럴싸한 협력사 대출방안 등과 같은 어쭙잖은 정책보다 실제적인 리스크 발생 시 함께 짐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새해에는 말에서 그치는 상생이 아닌 정말 현장에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희망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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