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연초부터 국내외 물가 상승세가 심상찮다. 대외적으로 국제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잿값이 급등하고 오미크론 확산 등의 여파로 인한 글로벌 물류비 역시 상승일로이다. 대내적으로는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건설자재비용이 동시다발로 오르고 있다. 실기하지 않도록 건설 인플레이션에 미리 대처해야 할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정책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사이에 계속 엇박자가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해 공공요금 동결 방침을 정하고도 추경을 위해 적자국채 11조3000억원을 발행한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모두 경쟁하듯 공약 내지르기에 여념이 없다. 여야 후보들이 던져놓은 35조원 추경이 되면 20조원 이상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고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커진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는 1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인 전년 대비 2.5% 올랐다. 정부가 원래 예상한 수치는 1.5%였지만 물가는 계속 올라 예상치를 두 차례 수정했음에도 그마저 무너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10년 만에 최고치인 3.7%에 달했다. 한마디로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게 국민 체감 반응이다. 농수축산물은 8.7% 올랐고 실손보험료도 평균 16% 뛰었다.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를 2.2%로 잡고 있지만 지킬 수 있을지 위태로워 보인다. 일단 인상을 미뤄놓은 전기·가스 요금만 해도 대선이 끝나자마자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다. 유류세와 승용차 개별 소비세도 지금은 인상이 유보돼 있으나 4월과 6월이면 각각 기한이 종료된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감이 점증하고 있어 물가 상승세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쯤 되면 건설 분야의 인플레이션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이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벌어질 상황은 뻔하다. 수주해서 공사를 해봐야 남는 게 없다. 품질 저하와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원도급 대형건설사들은 주택 분양 경쟁률이 여전한 만큼 비용상승분을 분양가 상승으로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전문건설업체들의 경우 원자잿값 인상분 등을 공사 원가에 반영시키기가 여의치 않다. 특히 이미 진행 중인 공사의 경우 계약변경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업체들은 지난해 철근 대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할 것이다. 설사 수주액이 는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계약금액 상승이지 실제 공사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란 점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안전 비용이 대폭 증가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전문건설업체들은 건설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철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신규 계약 시 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증가분을 꼼꼼히 따져서 계약해야 한다. 오로지 수주만을 목표로 타산이 맞지 않는 계약을 했다간 ‘울며겨자먹기식’ 공사를 하는 수가 있다. 원·하도급 간 각종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법적 문제나 갈등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