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바로 직전인 2019년 개봉되었던 마블스튜디오사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의 ‘엔드게임’ 즉, 최종 단계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이 완전히 이 세상을 장악하면서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말하는 팬데믹 종식 선언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즉, 이후 우리는 인플루엔자 독감과 같이 치명률은 높지 않으면서 주기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하는 엔데믹(endemic)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리한 예측은 아니다. 미국, 유럽 등 오미크론이 크게 확산됐던 지역들에서 최근 확진자 수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치명률도 높지 않다는 사례를 보면, 엔데믹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인 엔드게임에서 많은 혼란과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아마 올해 1분기가 가장 어려운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수 시장의 위축은 일정 부분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추가적인 방역 강화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2월 말 기준 하루 확진자 수가 많게는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그 빠른 확산세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이 너무 심각해져 정부의 방역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면 모임 인원 수나 영업시간 제한 등이 강화될 수도 있다. 설령 방역 조치가 강화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하루 수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 상당수 국민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많은 기업들은 당분간 재택근무 비중을 크게 높일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오미크론의 전파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확진자는 물론 접촉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제는 재택 치료 중심의 격리 시스템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다른 가족들 모두가 같이 집에서 격리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비대면 경제활동 비중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결국 올해 1분기 내수 시장 상황은 좋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수입시장의 불안, 즉 공급망 쇼크이다. 특히 아세안과 같은 우리 기업들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신흥개도국으로부터 발생하는 공급망 위기가 우려된다. 2021년 여름과 가을 무렵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생산이 수개월 동안 크게 위축된 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에서 만들어내는 원부자재 수입이 한동안 차질을 빚었었다. 최근 베트남의 확진자 수가 다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공급망 쇼크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상황도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중국산 제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만약 중국도 셧다운에 들어간다면 아세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쇼크가 발생할 것이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봉쇄조치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백신 정책도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되는 mRNA 계열이 아닌, 오미크론에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자국산 불활성화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 오미크론 위기를 잘 넘기면 좋겠지만, 자국 내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된다면 강력한 봉쇄 조치로 대응하려 할 것이다. 이것이 중국발 공급망 쇼크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이다.

오미크론이 가져올 수 있는 내수 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공급망 쇼크까지 가세한다면 한국 경제의 상황은 예상보다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도 상당수 IB(투자은행)들에서 오미크론 발 위기를 이유로 1분기 경제성장률을 크게 하향 조정하는 추세가 확산 중이다. 한국 경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다만, 1분기를 넘어서고 따스한 봄이 오면 계절적 요인으로 방역 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그 개선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엔드게임이 끝나고 엔데믹으로 넘어갈 것을 기대해 본다.

우리는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에 대응하고, 경제가 코로나 이전의 단계로 정상화되는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시장의 침체와 공급망 교란에 대응해 ‘방역’과 ‘회복’을 모두 도모할 수 있는 효율적인 ‘위드 코로나’ 기조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도 원자재 수급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사업장 내 방역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를 면밀히 살펴 생산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리스크 요인들을 최대한 없애야 하겠다. 그래서 최근 WHO 사무총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올해 말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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