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희망을 걸었다(Millions have placed their hopes in you)”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새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에게 남긴 편지의 서두 부분이다. 미국에는 전임 대통령이 후임에게 성공을 바라는 덕담 메시지와 당부를 담은 편지를 백악관 집무실 서랍에 남기는 전통이 있다.

오바마는 이렇게 시작한 편지 서두에 “당파를 막론하고 우리는 모두 당신의 임기 동안 확대된 번영과 안보를 바라야 한다(all of us, regardless of party, should hope for expanded prosperity and security during your tenure)”고 적었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역대급 비호감’ 대통령 선거 어쩌고 했지만 이제 다 지난 일이다. 윤 당선인에게 국민이 맡긴 5년의 미래가 곧 시작된다.

이런 대통령에게 축하가 당연히 먼저여야겠지만, 대한민국의 번영 등과 관련한 불안이 앞서 걱정이다. 새 대통령을 맞은 한국 경제가 공교롭게도 유가, 환율, 물가 급등에 따른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서방의 금융 규제·금수 조치와 유가 급등·환율 불안 등이 엄습했다. 유가·환율 상승은 원자재 가격과 직결돼 국내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지난 2월 3.7% 상승한 소비자물가는 이번 달 4%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방어의 첨병인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영끌’ 주택 구매 등으로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서민들에겐 ‘엎친데 덮친 격’이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은 승리에 도취하면 안 된다. 

먼저 에너지·환율·곡물 등에서 예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인수위원회 집무실 책상에 올려야 한다. 최대 30%라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과 비축유 방출 등도 필요하지만, 지금 한국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그 정도로 해결될 계제가 아니다. 러시아 국가 부도 사태까지 예견됐다. 러시아와 동유럽 친러 국가에 투자한 많은 한국 기업이 초긴장 상태다. 설상가상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제재한다는 엄포도 나왔다.

실물경제도 이대로라면 1970년대 ‘오일 쇼크’에 버금가는 충격이 한국 경제를 덮칠지 모른다. 유류세 추가연장은 당연한 것이고, 이외 공공요금 동결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러시아 사태와 관련한 기업 피해와 경제충격에 대비해 실효성 있는 비상대책도 찾아야 한다. 비상시국에 잔여 임기를 남긴 정부나 차기 정부를 가릴 것도 없다. 구국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오바마는 트럼프에게 전한 세 번째 조언에서 “우리는 단지 이 사무실(백악관)의 임시 입주자일 뿐”(we are just temporary occupants of this office)이라고 했다. 

5년 단임 대한민국 대통령이 특히 새겨야 할 말이다. 역사는 그 시간 동안의 노력과 결과를 냉정히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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