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축하의 시간이고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한편으론 드디어 성찰의 시간이 왔다. 한바탕 축제인지 살풀이인지 모를 거대한 판이 끝났으니 이제 냉정하게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틀어진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려놔야 할 때이다.

그동안 대선 과정을 돌이켜보면 괴롭고 지긋지긋했던 게 사실이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었다고들 한다. 온 국민을 열 받게 하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정책공약은 잘 보이지 않고 그저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허풍들이 난무했다는 지적들이 많다. 심하게 말하면 마치 도박장을 방불케 했다. 받고 묻고 더블로…. 국민 갈라치기와 포퓰리즘으로 나라가 절단이라도 날 정도였다면 과연 과한 표현일까.

와중에 얼핏 표와는 직접적 관계가 멀어 보이는 중요한 정책들은 간과됐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나라 경제를 살릴 미래 먹거리나, 천문학적 복지구상에 대한 재정 대책, 과학·기술 분야 전략이나 저출산, 고령화 및 기후·환경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건설 관련 정책 역시 눈 씻고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여야 후보 가릴 것 없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화끈한 주택공급 공약을 내지르기는 했다. 일부 SOC(사회기반시설) 공약도 있었다. 그러나 건설산업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건설업계가 겪는 고통이 무엇인지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분위기였다. 홀대, 찬밥을 넘어 잊힌 존재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특히 건수 대비 99%가 공사비 30억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들인 전문건설업계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주로 하도급인 5만여 전문건설사는 건설업역 상호시장 개방에 따른 부작용으로 속수무책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종합건설의 전문건설 시장 진출은 용이한 데 비해 전문건설이 종합쪽 시장으로 가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도 상황은 인지하고 있지만 별 대책이 없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원·하도급 분쟁 역시 점점 골이 깊어 가고 있다. 철근값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대폭 늘었는데도 원도급 업체들은 나 몰라라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하도급 업체들만 죽어날 지경이다. 일은 일대로 하고 손해만 봐야 할 판이다. 현장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 2일 현장을 셧다운(공사중단) 시키는 집단행동도 불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와중에도 노조는 소속 노조원 채용과 장비 사용을 강요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공사를 방해하는 횡포를 서슴지 않고 있다. 회사의 고통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겠다는 심보다. 

이런 불합리·부조리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사품질과 건설안전은 점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의 대책이란 게 언제라도 사업주를 감옥에 보낼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제대로 된 예방책 없이 처벌만 강력하게 한다고 건설현장의 사망사고가 줄어들 리 만무하다. 이제 대선 핑계는 시효가 끝났다. 하루빨리 건설도 상식과 공정이 통하는 세상으로 되돌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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