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우리나라 건설업의 한 축인 전문건설업체 대표들이 생존권을 호소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7만 전문건설업체와 200만 건설인들을 대표해 지난 12일 정부 세종청사 국토교통부를 에워싸고 ‘생존권 방치 국토부 규탄대회’를 가졌다. 앞서 이들은 지난 2월17일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바 있다.

요구사항은 올해부터 민간부문까지 전면 실시되는 종합·전문건설 간 업역폐지 및 상호시장 개방 정책의 철회 및 업역 원상회복이다. 주된 구호는 전문건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생산체계 개편의 즉각적인 중단이다. 전문건설업계의 생존권 말살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건설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페이퍼컴퍼니 근절, 수직적 원·하도급 체계 극복 등을 목적으로 2018년 12월 법제화된 종합·전문 간 상호시장 개방 정책이 오히려 시장 혼란과 갈등, 수주 양극화 등 폐해만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종합과 전문의 상생 발전이라는 명분은 온데간데없고 전문만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종합이 전문으로 가기는 쉬워도 전문이 종합공사를 따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과거 전문이 주로 해오던 소규모 공사도 수주 경쟁률만 터무니없이 높여놓고 그마저도 종합이 싹쓸이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법 시행 이후 전문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비해 종합은 표정 관리하듯 조용하긴 하다. 더욱이 코로나팬데믹 장기화와 자잿값 폭등, 노조 횡포 등에 이르기까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전문으로서는 이제 벼랑 끝 배수진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12월까지 공공공사 상호시장 진출 허용 발주 건수는 전문이 1만3건, 종합이 8660건이었다. 토목 분야의 경우 종합이 1401건(3691억원)의 전문공사를 수주한 데 비해 전문은 425건(1946억원)에 불과했다. 건수 대비 종합이 약 3.3배 정도 더 많이 전문공사를 수주했다. 건축공사도 종합은 1477건(5224억원)의 전문공사에 참여했으나 전문은 종합으로의 진출 자체가 어렵다. 90%가 1~2개 면허를 보유한 전문업체에 최소 3~5개의 면허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면허가 있다 해도 실제 공사에 필요도 없는 종합의 등록기준(중급기술자 2인 포함 토목 6명, 건축 4명 보유)을 강요한다. 또한 실적을 공종별로 다 갖추라고 하여 낙찰자로 선정되고도 탈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실정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으나, 이제 막 본격 시행된 만큼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이다. 전문업계로서는 그러나 당장 숨이 끊어지는 마당에 2년을 더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라는 입장이다. 복잡하면 원칙을 따르라 했다. 종합과 전문이 각자의 역할에 맞는 공사를 하도록 하면 된다. 예컨대 경쟁체제는 일정 규모 이상 공사에 대해 먼저 시행해보고, 소규모 공사는 전문업체가 우선 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급격한 제도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쪽이 생존권마저 위협을 받는다면 그건 분명히 공정치 못한 일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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