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수년째 점점 도를 넘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아온 건설노조가 결국 탈이 나고 환부를 드러내는 것인가. 그동안 과욕과 과잉행동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진병준 위원장이 3년간 6억원이 넘는 조합비를 횡령하고 자신의 아들을 노조사무실에 특혜 채용한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소속 건설근로자와 산하 산별 연맹 회원조합 등은 최근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잇달아 냈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 앞에서 진 위원장의 구속 수사와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진 위원장은 조합비 횡령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노총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진 위원장은 조합비 통장에서 2013년부터 3년간 6억원이 넘는 돈을 인출했다. 또 자신의 94년생 아들을 채용공고도 없이 노조 사무실에 특혜 채용하고 ‘위장 노동상담소’와 ‘허위 상담실적’을 이용해 1억원 가까운 정부 보조금을 타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소속 건설근로자들은 그 외에도 건설산업노조 간부가 성폭력과 근로자의 금품 갈취 혐의로 구속, 기소됐음에도 1년째 아무런 징계 조치가 없는 점과 지난해 한노총 위원장 선거 당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규탄했다.

한노총은 성명을 내고 “140만 현장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사죄드린다”라면서 신속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어느 조직이든 허물과 비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 중 하나에서 그런 수치스러운 일들이 동시다발로 벌어져서는 곤란하다. 

민주노총과 한노총 등 노조의 위세와 영향력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래 무소불위의 힘이라도 얻은 듯 조직과 세를 넓혀갔다. 건설노조의 경우 현장마다 우후죽순 노조를 결성해 조직적 이권 챙기기와 도를 넘은 횡포를 일삼아왔다. 소속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며 현장 출입 신분증 검사나 소음·폭력 등 공사를 방해하는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해왔다.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면서 근로자들을 편 가르고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자체 모순이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부도 칼을 뽑아 들었다. 한국노총 출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나왔다. 이 후보자가 합리적 노사정 관계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노무현 정부 건설교통부에서도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내는 등 건설 쪽과도 인연이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제주지사 경험은 물론 젊은 시절부터 노사관계에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어 주목된다.

노조위원장이 본분을 망각하고 횡령을 하면 노조원들이 분노한다. 나아가 노동계가 선을 넘어 권력화, 귀족화, 심지어 이권 카르텔화 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어느 정권이 친노조이고 어느 정권은 친기업이다, 이런 식의 편 가르기도 정상이 아니다. 노사문제는 시대정신과 상식 차원에서 노사 모두 상생, 협력하는 쪽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이 개발독재 시대도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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