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사실이 아니고 다소 과한 진단이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드디어 스태그플레이션(물가 급등 속 경기침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들이 그것이다.

정부는 일단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 “현재의 경기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성장률보다 높으니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상황이고 2%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작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보다는 물가상승 위험을 걱정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징후를 볼 때 우리나라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만만찮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노동시장 경직성 등이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걱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5일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그런 의견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형적인 공급 비용 상승 충격이 유발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시장 경직성과 긴축적 통화정책,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 정도라면 우선은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건설업계도 장기화하는 자잿값 급등 사태와 그로 인한 공사중단과 줄도산 사태를 막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응급 처방이 SOC(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를 통한 선제 대응이다. 최대한 물가를 잡으면서 한편으로는 과감한 SOC 투자 사업 전개를 통해 경기침체를 막아야 한다. 마침 정부가 SOC 투자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SOC 투자는 위기 때마다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기침체의 응급 처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투자 증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정책 여건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재정 추이 때문에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쉽지 않다.

실제로 그간 국토교통부의 SOC 투자 규모는 2018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9년 이후 확장적 기조에 맞춰 증가세로 전환한 바 있다. 즉, 2016년 20조7000억원에서 △2017년 19조원 △2018년 15조2000억원 △2019년 15조8000억원 △2020년 18조7000억원 △2021년 21조5000억원 등이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SOC 투자재원 다양화 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기반 조성에 나선 것이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SOC 예산을 32조원 이상으로 확대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 등 사회적 요구들 때문에 예산이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부가 민간투자를 장려하고 관련 기금 신설 등의 방안도 고려한다고 하니 내심 기대를 해본다. 이참에 과감한 기업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들의 숨통 터주기까지 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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