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소음에 시달리는 A씨. 항의하고 읍소해도 그치지 않자 정말 미칠 지경이다. A씨는 “이제 ‘쿵쿵’거리는 환청까지 들린다”며 “언제 윗집에 올라갈지 나도 겁난다”고 말했다.

아랫집 사람들이 너무 예민하다는 B씨. 늦은 밤에도 인터폰을 하고, 걸핏하면 올라와 항의를 해댄다. B씨는 “집에 매트를 깔고 아무리 조심해도 계속 항의를 한다”며 “이젠 인터폰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밝혔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A씨, 혹은 B씨와 같은 상황이 된 적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신고된 민원이 4만6000여 건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시비 끝에 주먹질과 칼부림을 하거나 아파트 관리소장이 입주민들의 층간소음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생겼다. 이 정도면 ‘국민 스트레스’라 할 만하다.

층간소음 고통의 특징은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점이다. 소음이나 진동이 들리면 바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간 참다가 신고에 이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피해자의 반복 민원 신청률도 80%가 넘는다. 피해자는 일단 ‘귀 트임’을 하고 나면 아주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며 불면증, 우울증, 분노조절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면 위의 사례에서 든 B씨처럼 ‘반대의 고통’을 겪는 경우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많은 이유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율이 높은 데다 벽식 구조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벽식 구조는 윗집 바닥을 아랫집의 벽면이 지지하는 방식이어서 윗집 소음이 벽을 타고 그대로 아랫집에 전달된다. 반면 기둥식 아파트는 바닥-보-기둥 3중 구조여서 소음이 기둥으로 분산된다. 하지만 같은 높이 건물이라면 기둥식보다는 벽식이 공사비가 덜 들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벽식을 선호한다.

아파트 완공 직후 층간소음 측정을 의무화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다음달 4일 국내 최초로 시행된다. 아파트를 다 짓고 난 뒤 바닥충격음을 측정해 기준치에 미달하는 아파트에 시정조치를 권고하는 제도다. 2019년 감사원에게 호된 질책을 받은 후 3년여에 걸친 입법 과정을 거쳐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운영되는 셈이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국민 스트레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의견이 많다. 소음 차단 능력이 떨어져도 시공사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보완시공 ‘권고’ 정도라 우려가 앞선다. 공사가 끝난 건축물을 보완 시공하려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만큼 보완시공보다는 손해배상 등으로 연결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그나마 기존 아파트는 물론이고 사업승인을 이미 받아 건축 중인 새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도 쉽지 않다. 대형 건설사와 공기업은 층간소음 저감 설계 연구, 바닥재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추가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정부는 층간소음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더 정교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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