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대형건설사 마케팅 담당자에게 “서울 아파트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걷어내야 할 규제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부담금’을 지목했다. “이들 규제 때문에 재건축 조합이 사업 추진을 망설인다”며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말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했다.

최근 정비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 나왔다. 정부가 최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평균 3000만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얻을 경우 정부가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과도한 재건축 부담금으로 인해 서울 도심지역의 정비사업이 위축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정부가 손질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의 핵심은 ‘기준금액 상향, 기준시점 조정, 감면제도 확대’로 요약된다. 재초환 대상이 되는 기준 금액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부담금 산정에 적용하는 재건축 사업 시작 시점도 ‘추진위원회 승인’에서 ‘조합 설립 인가’로 늦춰진다. 또 10년 보유한 1주택자는 부담금을 절반으로 감면해주는 등 소유자의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주택 처분 때까지 부담금 납부가 유예된다.

재초환은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과 함께 ‘재건축 3대 규제’로 불린다. 정부가 재초환 손질에 나선 것에 이어 다른 규제들도 큰 폭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재건축 규제개선의 적기(適期)이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 2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주택가격 안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규제강화→사업좌초→공급차질→가격급등’이라는 악순환만 되풀이됐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금리가 연일 치솟으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기업과 가계 모두 힘겨운 상황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같은 상황이 규제개선에 좋은 시기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규제개선→사업촉진→공급확대→가격안정’의 선순환을 기대해볼 만하다.

지금 규제를 개선하면 그 효과는 빨라야 2~3년 후에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국내 경제가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고,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다. 이럴 때 주택공급 물량, 특히 선호도 높은 새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면 또다시 가격급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면 폐지까지는 아니어도 민간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2018년 안전진단 제도가 강화되면서 20%였던 구조안전성 비중이 50%로 급증했다. 반면, 주거환경(40→15%)과 설비노후도(30→25%) 비중은 줄었다. 이같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 폭이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지 살펴야 한다. 

같은 이유로 이번에 내놓은 재초환 완화 방안 역시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재건축 사업에 온기가 돌아야 규제개선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주택공급을 활성화하지 못한다면 ‘이번 정부의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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