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9개월여가 지났다. 성과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었다.’ 오히려 부작용에 따른 기업의 부담과 고통만 커진 형국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2022년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1~9월 483건의 사망사고로 510명이 숨졌다. 작년 같은 기간엔 공식 통계가 아니긴 하지만 492건의 사망사고로 502명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수가 올해 3분기까지 작년보다 8명 더 늘어난 것이다.

연도별 산재 사망자는 2017년 964명에서 작년 828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사망자 수를 700명대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법 시행 첫해에 사망자가 외려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중대재해법은 사업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게 골자다. 

아이러니한 현상이 하나 더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사망자를 법 적용 대상과 미적용 사업장으로 나눠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작년보다 사망자가 16명 줄었다. 반대로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24명이나 늘었다. ‘처벌 강화로 사고를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중대재해법으로 엄포를 놓았음에도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도 있다. 건설업계와 고용부 등에 따르면 DL이앤씨 사업장에서 올해에만 총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코레일에서도 올해만 4건의 작업 중 사망사고가 나왔다. 이를 두고 기업의 안전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안전불감증을 타파하고자 만든 게 중대재해법이라는 것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강화해야 할 것은 ‘처벌’이 아닌 ‘체계’다. 기업과 최고경영자(CEO) 측에 안전보건 의무 준수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현행 체계를 노사 공동책임제로 전환해야 한다. 경영진과 안전 관리자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촘촘한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면, 이를 근로자들이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완벽한 사고 예방 시스템이라 해도 근로자들이 지키기 어렵거나 준수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할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발생한 사망사고 중 절반 정도인 253명이 건설업종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재해유형별로는 떨어짐이 14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끼임, 깔림·뒤집힘, 부딪힘 순이었다. 건설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안전관리에 취약하다는 점을 숫자가 보여주고 있다. 건설업계가 사고 예방을 위해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중대재해법의 부족한 부분을 조속히 손질해야 한다. 모호한 부분은 보완해 명확하게 하고, 과도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노사 공동에 안전사고 예방 의무를 부여하고, 지키도록 해야 한다.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상처와 슬픔이 어느 때보다 깊은 시기다. 이런 때일수록 긴장하고 현장을 살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 중 누군가의 부주의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은 더욱 강할 것이다. 중대재해법 완화는커녕 국회에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과 같은 추가 규제가 겹겹이 덧대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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