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지금, 모든 분야가 어렵겠지만 건설업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호조와 코로나 위기 동안의 SOC 예산 확대로 건설업의 전반적인 상황은 꽤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에 접어들면서 거시경제적 여건이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건설업의 위기가 시작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환율 상승이 건설비를 급증시켰다.

특히, 미국 연준에 의해 촉발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 시장이 경색되고 있다. 나아가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정부의 시장 규제 완화 정책에도 거래가 실종되면서 침체 국면을 지속 중이다. 토목 부문도 2022년 정부 SOC 예산이 27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새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 제고로 정책 기조가 선회하면서 2023년 예산은 25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가 급감한다. 

건설투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건축 경기만 놓고 보면, 건설수주는 증가세를 지속 중이다. 특히, 올해 건축허가면적에 대해 1~9월 누계치를 가지고 연간 면적을 추정해 보면, 역사상 최고치인 2015년 수준(189.8㎢)을 넘거나 그에 다소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주나 허가가 건설업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건축 부문의 착공률은 2021년 4분기 77.6%에서 2022년 2분기 64.1% 선으로 급감했다. 이는 건설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건설 자재비가 안정화되고 있으나, 건설노무비와 같은 임금 섹터는 한 번 올라가면 다시 하락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설비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고금리이다. 고금리는 다른 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업으로서는 치명적이다. 건설사들의 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이 증가할 것이고, 더 우려되는 점은 건설업의 전방산업인 부동산 산업의 수요가 고금리로 위축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상당 부분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면 PF 자체가 부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 등의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내 PF 규모는 2013년 말 36조원에서 2022년 6월 말 112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은행권의 PF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반면,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저축은행, 증권 등 2금융권의 비중이 높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파만파로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악재에 노출돼 있는 건설업의 위기를 방치한다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선 정부는 무엇보다도 건설사들의 자금 운용에 문제가 없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시장 안정을 위한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이 정책금리 인상과 부합되지 않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거시적 통화정책과 미시적 시장정책이 그 방향성에서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고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미시적 대응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조합(policy mix)인 것이다. 둘째, 계획된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을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임기 내 270만호의 주택 공급이라는 약속만 지켜져도 건설사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건설사들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인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빨리 나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투기지구 해제, 공시지가 현실화 연기, 세제 감면 등의 시장 안정화 대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주택시장에서 시작된 점을 생각해 본다면, 그것이 우리나라에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가격의 하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이 부동산 시장정책의 올바른 목표이다.

건설업의 경영 환경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경부터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그리고 원자재 시장 등의 사이클이 방향 전환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1년 뒤에는 지금보다 상황은 나아져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그때까지만 경영 리스크들을 꼼꼼히 관리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면 지금 건설업에 닥친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