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건설 경기 위축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쪼그라들면서 한파를 넘어 빙하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설 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내년 SOC 예산마저 급감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11월 현재 기준 내년 SOC 예산은 올해보다 10.2%(2조8470억원) 감소한 25조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SOC 예산 감축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SOC 예산은 2018년 19조원, 2019년 19조8000억원, 2020년 23조2000억원, 2021년 26조5000억원, 2022년 27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의 내년 SOC 예산 감축은 내년 건설수주액의 감소로 이어진다. SOC 예산 감소에 따른 건설수주액이 올해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예산 감축은 발주 감소로 이어지고, 공사 현장과 인력 감축이 뒤따른다. 이는 한국 경제의 핵심인 건설 경기 침체로 경제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업계도 내년 SOC 예산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는 내년 경제 성장을 위해 ‘SOC 예산 감축보다 증액’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감축 의지가 확고한 상태다.

건설 경기는 이미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 자금 조달시장 경색, 미분양 한파 등으로 ‘삼중고’ 상태다. 우선 원자잿값은 꺾일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제 철근 가격은 2020년 상반기 1t당 541달러(약 72만원, 미국 내수가격 기준)에서 올해 상반기 1135달러(약 150만원)로 배 이상 올랐다.

시멘트 생산 원료인 유연탄도 지난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하면서 치솟고 있다. 유연탄은 올해 1분기 1t당 251달러(약 33만원)에서 3분기 414달러(약 55만원)로 상승했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가격이 향후 600~7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 원료인 석고와 슬래그 가격도 지난해보다 각각 13%, 8% 올랐다.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은 주택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파트 평균 분양가(전국 기준)는 지난해 10월 3.3㎡당 1268만원에서 올해 10월 1353만원으로 6.7% 상승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보증채무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논란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단 악재는 더 심각하다. 우량 건설사들마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 여파는 전국 건설 프로젝트로 확산하고 있다. 금융권의 PF 대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전국 곳곳의 건설사업이 멈춰서고 있다.

주택 청약 시장 한파로 미분양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수천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던 무순위청약(줍줍)에서도 미달이 나오는 상황이다.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국토교통부 집계)은 4만1604가구에 달한다. 이는 8월 3만2722가구 대비 27.1%(8882가구)나 증가했다. 주택업계에서는 미신고 물량, 회사 보유분 등을 감안하면 미분양 주택이 이미 5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설시장이 삼중 악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내년 SOC 예산 감축은 건설사들에는 또 다른 악재다. 정부는 국가 경제성장률 달성(정부 2.5%)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내년 SOC 예산 추가 편성, 부동산 PF 중단 위기 해소, 내 집 마련 대출 확대와 보증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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