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빈 살만’ 효과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17일 방한해 수십조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성사된 경제협력 프로젝트만 25건이고, 분야도 전방위적이다.

건설업계가 빈 살만 방한을 더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가 석유 중심 경제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다. 서울의 44배 규모로 총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40조원)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그동안 잠잠했던 ‘K-건설’의 중동 특수를 다시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세계 도시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다 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산업단지를 짓는 ‘옥사곤’, 열대 사막 위에 스키장을 갖춘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미래도시를 표방하며 75마일(120km)을 마주보는 건축물로 잇는 ‘미러라인’ 등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부여, 민관 합동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메가시티를 탄생시키는 작업은 그동안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중세 도시에서 근대 도시, 다시 현대 도시로 끊임없이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도시계획 콘셉트를 시도하며 변화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까지 뛰어들면서 신도시 개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더 스마트한 도시를 만들어 글로벌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시도다.

실제로 베트남은 투티엠을 비롯해 호찌민 인근에 신도시 개발을 진행 중이고, 말레이시아는 사바주 시피탕시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레저시티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아예 수도를 옮기는 작업을 시도 중인 나라들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며 2024년부터 ‘녹색도시’를 모티브로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집트도 카이로 인근 사막을 현대적인 도시로 바꾸는 ‘신행정수도 프로젝트’를 2015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동남아와 중동 등에서 추진 중인 신도시들은 상업, 주거, 레저, 교육, 교통 등이 모두 포함된 복합 스마트시티 형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네옴시티의 미러라인은 ‘사막 위에 거울 외벽을 가진 직선도시’라는 계획 콘셉트부터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미러라인을 “자동차와 탄소 배출이 없으며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스마트 도시”라고 소개했다. 카이로 인근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집트 신행정수도 프로젝트도 인공 호수와 뉴욕 센트럴파크 2배 크기의 공원, 90㎢ 규모 태양열발전소, AI로 통제되는 전기철도·자율주행도로 등을 갖춘 스마트시티 콘셉트가 총동원돼 적용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국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0년간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놨지만 서울 용산 개발은 아직도 갈 길이 멀었고, 세종·부산 등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제2의 해외건설 붐을 준비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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