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과 7세 유치원생 둘을 둔 지인의 얘기다. 5년 전 첫째가 유치원 갈 때 정원 초과라 뽑기를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둘째는 곧바로 등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첫째를 돌봤던 유치원 선생님은 “이제는 원아들이 부족하다”며 “5년 만에 이렇게 달라졌다”며 씁쓰레하게 웃었다고 한다. 

저출산의 여파를 본격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요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농구팀이나 배구팀, 한 팀을 꾸리기도 어렵다고 한다. 인기스포츠라는 야구나 축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젠 대도시 한가운데서도 폐교하는 학교가 낯설지 않다.

LG생활건강은 분유를 비롯한 영유아 식품사업을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철수한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줄면서 시장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2012년 1만4700개에 달했던 문방구는 올해 8000여개로 줄었다. 대형 문구체인이 진출한 것도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문방구에서 소비를 할 아이가 없다.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들은 잇달아 초등영재반을 개설하고 있다. 입시생만으로는 수지타산을 점점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은 26만5000명에 불과하다. 40만명 중반은 꾸준히 태어났던 2000년 이후 밀레니얼 세대와 비교해도 거의 반 토막 났다. 전국 대학입학정원이 49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이미 2022년 기준으로 대학정원이 대학입시생 숫자를 추월했다. 부산대 경북대 등 지방거점 국립대마저도 미달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할 시기에 맞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차례로 상당수 폐교될 것이다. 그 변화는 현 정부 아래서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이런 변화가 우리 주택정책에는 충분히 반영이 돼 있을까? 아쉽게도 3기 신도시 사업이나 재건축재개발 정책은 저출산에 따른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 같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던 2018년부터 추진된 3기 신도시 사업은 빠른 주택공급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서울에 집중된 주택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서울 외곽에 30만 가구를 공급하되 2025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2029년에 마무리한다는 것이 골자다. 최근에는 2030년 입주 예정의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4만6000가구)도 추가 발표됐다. 이들 신도시에는 GTX와 기존 지하철 연장안이 뒤따른다. 도심 외곽 거주자들을 중심부로 빠르게 실어나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시대에 무한정 도시확장은 맞지 않아 보인다. 당장 3기 신도시 입주가 한창일 7~8년 뒤에는 사회로 나오는 20대가 현저하게 감소한다. 반대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에서는 사망자 수가 서서히 증가할 것이다. 고령화된 1기 신도시는 유모차 대신 노인용 휠체어가 더 많이 보일지 모른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외곽으로 도시를 키우다 보면 구도심은 공동화되고, 신도시는 미분양의 운명을 맞을 수 있다. 그보다는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구도심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보육서비스와 고령자서비스를 적극 확대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대비일 수 있다.

인구통계를 보면 윤석열 정부 5년은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급박한 인구변화를 경험하는 시대가 될 수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주요사업에 재정효율을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처럼 인구예비타당성조사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100년을 내다봐야 하는 주택정책은 그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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