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에 불행을 가져왔다. 재해와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국가들은 물론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전 세계 물가상승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국가들이 있으니 바로 산유국이다. 2010년 전반 세일가스 혁명 이후 저유가 상황 속에서 산유국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유가가 10달러 중반, 선물은 마이너스를 형성하며 최악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2년 3월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를 제재했고 유가는 8년 만에 다시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고유가로의 전환에 맞춰 산유국들은 기존에 미뤄왔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재개하게 됐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NEOM) 프로젝트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비전2030’이라는 경제개혁 플랜의 하나로, 사우디아라비아 최서단 시나이반도 근처에 네옴이라는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도시 면적이 서울의 약 44배에 달하며, 사업비는 5000억 달러로 한국의 1년 예산 규모와 맞먹는 약 670조원에 달한다. 높이 500m의 초대형 건물을 200m 간격으로 170Km를 연결하는 ‘더 라인’,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이 개최될 예정인 초대형 산악관광지 트로제나, 바다 위에 떠 있는 복합산업단지인 옥사곤, 그리고 네옴 국제공항 등 총 4개의 하위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건설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국내에는 이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한미글로벌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전력공사, LS전선 등 전력 분야의 참여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문건설사의 참여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건설산업 생태계에서 전문건설업은 수직적 구조의 협력 파트너로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항상 한 발 물러서 있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문건설업도 해외시장을 하나의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네옴시티를 비롯한 산유국 시장 진출을 적극 도모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내수시장의 침체이다. 국내의 건설경기는 2022년을 정점으로 당분간 하락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시장의 한계는 해외시장 진출의 가장 적극적 동인 중 하나이다. 다음은 국내 건설시장의 제도적 변화이다. 생산구조 개편으로 종합과 전문의 업역 폐지가 시행됨에 따라 이제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자세로는 장기적 성장을 모색할 수 없다. 다음으로 선제적 진입이 더 높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종합건설사가 프로젝트의 기획과 견적을 완성한 이후에는 정해진 수익률 이상을 요구하기 어렵다. 초기단계에서부터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종합-전문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전문건설사는 단독진출 또는 수평적 협력진출을 검토해야 하며, 비록 해외진출 경험이 없는 업체라 할지라도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현지업체 파트너로의 참여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전문건설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네옴 프로젝트 수주의 경제적 효과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국내 건설 역량 모두를 동원해야 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공공분야는 네옴 프로젝트 수주에 있어 전문건설업의 초기 진입을 설계하고, 관련 협·단체 역시 적극적 지원을 수행해야 한다. 전문건설업의 해외진출 수주 확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