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내놨다. 재건축의 첫 번째 관문인 안전진단의 진입장벽을 낮춰 재건축 조합이 보다 원활하게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현 정부의 ‘재건축 3대 규제’ 손질 작업이 일단락됐다.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방침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말 그대로 해당 아파트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재건축 필요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평가항목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 △비용분석 등 4가지다. 국토교통부는 이들 항목 중 건물 붕괴 위험을 평가하는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현재 50%에서 30%로 줄이기로 했다. 반대로 주거환경은 15→30%, 설비노후도도 25→30%로 각각 높인다.

정부는 또 안전진단 평가 구간도 재조정했다.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 판정 비중을 줄이고 ‘무조건 재건축’(E등급) 대상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50%로 강화해, “사실상 재건축 규제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이 기준이 강화된 지난 4년간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사례는 7건에 불과했다. 이번 조치는 법 개정 사항이 아닌 만큼 행정예고를 거쳐 다음달 시행될 예정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재건축 3대 규제로 불린다. 현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출범 후 첫 부동산 대책(6·21 대책)에서 분양가 상한제 개편 방안을 내놨다. 필수 경비를 인정하고, 자잿값 변동 시 이를 수시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기본형 건축비 조정 요건도 유연화했다.

이어 지난 9월 재초환 개편안도 내놨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평균 3000만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얻을 경우 정부가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정부는 기준 금액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재건축 사업 시작 시점도 ‘추진위원회 승인’에서 ‘조합 설립 인가’로 늦춰진다. 1주택 장기보유자와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부담 완화 방안도 포함됐다.

문제는 실현과 효과 여부다. 먼저 분양가 상한제는 정비?건설업계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자잿값·인건비 상승 폭이 워낙 큰 탓에 정부의 인상방안이 매우 적은 양을 의미하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이용한 가격 통제도 여전하다. 재초환은 법 개정 사항인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언제 통과될지 안갯속이다. 

현재 주택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고금리 탓에 둔촌주공 등 강남 알짜 단지조차 미분양을 걱정할 정도다. ‘아직 진짜 경기 한파는 오지 않았다’는 진단에 힘이 실린다. 역으로 보면 지금이 규제 개선의 최적기다.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과감하고 확실하게 걷어내도 ‘고분양가 논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정부가 국회 통과에 힘써야 한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대결 구도로 주택정책을 추진하는 것 자체도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와 시장은 함께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그 다음에 시장에 맡겨 둬야 한다. 그동안 주택공급을 틀어막고, 시장을 왜곡시켰던 규제를 걷어내는 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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