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27일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가 출범했다. 건설현장의 직접생산자인 기능인의 ‘숙련’을 체계적으로 활용해 품질과 안전을 제고하는 한편 기능인을 ‘우대’함으로써 직업전망을 제시하려는 취지다.

건설기능인의 숙련이 중요한 이유는 생산물의 특성에 기인한다. 생산물이 제각각인 데다 옥외에서 시공하다 보니 기후 여건과 현장마다 똑같은 작업이 없어, 오랫동안 많은 경험을 쌓아야만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기능인의 숙련을 제대로 활용하거나 대접하지 못했다. 숙련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품질과 안전의 개선이 더뎠고, 대접이 소홀하니 3D 직종으로 전락해 고령화가 심각해졌다. 그에 대한 인식과 반성이 기능등급제에 담겼다.

출범 당시 기능인의 근로경력, 자격증, 교육·훈련, 포상 등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종합해 보이지 않는 숙련수준을 기능등급(초·중·고·특급)으로 인증했고, 이어서 그에 상응하는 활용방안과 우대방안, 교육훈련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가 있어 활용방안의 법제화를 유보하고 먼저 시범사업을 거치기로 했다. 경기도의 협조로 시범사업을 추진했는데, 주요 내용은 공사 규모에 따라 해당 등급 보유자를 전문공사의 현장대리인으로 배치하는 것과 일정 수의 필수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것이었다. 

1년 남짓 시간이 흐른 후 당사자들에 대한 면담과 설문을 통해 시범사업의 성과를 분석했다. 종합하면 두 가지의 배치 요구에 대해 큰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었고, ‘기능인의 숙련’을 제도적으로 ‘활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드리자는 취지에 모두 공감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시도를 하는 게 다행이라며 이른 시일 내 활용방안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러 차례 지적된 사항 중 하나가 현장에서는 ‘도면과 현장 상황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한다는 점인데, 이때 ‘다양한 시공경험’이 없으면 도면을 수정한 후 시공해야 하는 응용 작업은 어렵다고 한다. 전문공사 현장소장이 갖춰야 할 역량의 상당 부분은 오랜 기간 시공경험을 통해 터득한 숙련이고, 학교 교육만으로 그것을 얻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현장에서 배울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인정했다. 감리나 원도급 소장과 논의할 때 기본적인 용어나 이론에 대해 알지 못해 위축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도면에 대한 정확한 해독, 사용하는 장비·도구·자재 등의 물성·공정·원가·안전·품질의 관리 등에 대한 별도의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은 경험 많은 기능인의 숙련을 체계화해 완성도를 높일 것이며, 초보 기능인이 효과적으로 숙련을 축적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교육훈련 요구에 부응하고자 등급제와 연계된 맞춤교육이 시작된다. 우선 내년 3월까지 형틀·조적·방수·타일·도장·건축배관 등 6개 직종의 2000명에 대해 중급과 고급 수준의 맞춤교육을 실시한다. 1년여에 걸쳐 건설 분야 기능장을 중심으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향후에도 계속될 맞춤교육이 성공하려면 또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당사자인 기능인들의 ‘자발적 참여’다. 관건은 기능등급 보유자에 대한 ‘활용’과 그에 대한 ‘대접’이다. 

맞춤교육으로 완성된 숙련은 품질 및 안전을 제고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접은 청년층에게 직업전망을 제시할 수 있다. 기능등급제가 ‘존경받는 건설기능인’을 구현하는 지렛대로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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