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경제 재도약을 목표로 ‘민간 중심의 경제 활성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UAE 투자유치 후속 조치 점검회의에서 기업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영업사원 또는 기획사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듯이 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지와 성과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이와 궤를 같이해 지난 1월18일 과도한 형벌 규정으로 인한 민간 경제활동의 어려움을 경감하고자 하도급 대금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은 원사업자의 형사제재를 삭제하는 내용으로 하도급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하도급법은 하도급 대금지급보증을 위반한 원사업자에 대해 하도급 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과도한 규제라 판단해 하도급 대금지급보증 의무를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하도급 대금지급보증은 원사업자의 부도나 하도급 대금 미지급에 따른 수급사업자의 연쇄부도, 자금난의 초래 및 부실공사 유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1997년 도입된 제도이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원사업자가 의도적으로 또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다수의 수급사업자는 연쇄적으로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는 단순히 특정 하도급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 지역경제, 건설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하도급 대금지급보증은 수급사업자의 계약이행보증과 쌍무계약의 원칙에 입각한 제도이다. 즉, 원사업자는 계약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지급보증을 하고,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에게 계약이행보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에는 신용평가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등급을 받은 원사업자의 경우 하도급 대금지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거란 사회 통념에 따라 발급면제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단기간에 재무상태가 부실해지거나 하도급 대금 지급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이러한 면제 규정을 삭제(2020년 4월7일)하고, 현재는 소규모 공사, 당사자 합의 등을 제외하고는 하도급 대금지급보증을 의무화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하도급법의 입법 목적은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이지 경제 활성화가 아니다. 그렇기에 하도급법은 하도급 대금지급보증 외에도 선급금 지급,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 대금 조정, 부당특약 금지 등 다양한 원사업자의 의무 및 금지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하도급법에 민간 경제활동의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해 하도급 대금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은 원사업자의 형사제재를 삭제하겠다는 것은 법률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 정부의 최근 하도급법 개정안이 그렇지 않을까 한다. 경제의 활성화가 무조건적인 규제의 완화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오히려 경제의 공정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제 활성화도 시급하지만, 경제 공정화도 소중한 근본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도급 대금지급보증 제도의 도입 취지와 성과, 그리고 하도급법의 입법 목적을 되짚어본다면 정부의 하도급법 개정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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