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팬데믹이나 전쟁 등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글로벌 정세나 경제, 그리고 우리의 생활 패턴이 급격하게 변했고 일상이 되고 있다. 더불어 디지털기술, 특히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등의 기술적 혁명은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고, 미래의 산업구조 또한 급격하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2022년 11월 마지막 날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ChatGPT’가 그 예다. 시험 삼아서 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기술에 대한 전망을 물어본 결과 놀라울 만큼 그럴싸한 답변을 했다. 오죽했으면 ChatGPT가 작성한 논문이나 에세이, 시험 답안 등을 판별하기 위한 도구가 나오고 있을까? 말 그대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글에서도 대항마로 ‘바드(Bard)’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출시를 공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은 나무위키나 지식백과 틀 수준에서의 두루뭉술한 대답이긴 하지만 그 발전은 두려울 정도다. 

엔지니어링 분야는 전통적인 공학을 기반으로 두고 있으며 계통(공정), 전계장 등의 설계 단계 및 토목, 시공, 제어, 운전 등의 건설, 운전 및 유지보수 단계에 걸쳐 있는 다양한 공학의 집합체이다.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경쟁력이었던 우수 인력의 이탈 및 노령화로 인해 지적자산이 유실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 효율성 및 경제성 향상을 위해 수년 전부터 국내외의 대기업들이 디지털 기반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 도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디지털 및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주문제작 방식의 산업구조와 더불어 보안 및 경영 측면에서 데이터 공유의 제약, 형식을 갖춘 데이터나 지식 외의 경험기반의 지식 도출 및 축적의 어려움 등이다. 또한, 전통적인 공학적 사고의 틀 안에서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타 전문영역에 대한 이질적인 사고와 전체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의 부재도 포함돼 있다. 기업에서의 전사적인 디지털기술의 도입 및 적용은 디지털기술의 완성도를 배제하고 보더라도 엔지니어들의 폐쇄성으로 인해 용이치 않았던 사례가 많이 존재한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미래의 엔지니어링산업은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프레임을 기반으로 재편성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미래 엔지니어링 인재들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첫째로, 지식 공유의 자세다. 본인이 쌓아가는 경험지식을 후배나 주변에 전달하는 것 외에 형식화해 활용 가능하도록 정리해 전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경쟁력을 구성하고 있는 숙련가들의 경험과 지식의 디지털 자산화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지식이 공유되면 그 활용 가치 평가를 통해 본인의 가치를 돌려받을 수 있는 시스템의 도입은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구축해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로는 받아들이는 자세다. 다양한 전문영역에 대해 개방적인 사고를 갖추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첨단 기술 도입의 부작용까지 고려할 수 있는 인문적 사고의 함양을 포함해서 본인의 전문분야 외에도 타 분야의 지식을 받아들여 융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시스템 차원의 통찰력이다. 디지털이나 인공지능 엔지니어링을 포함해 엔지니어링을 구성하는 다양한 기술과 산업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다학제 간의 문제를 풀어 가는 방법으로서 시스템 아키텍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대상 시스템의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운영 개념을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전공분야에 대한 다지기다. 본인의 중심을 잡아 뿌리를 내리고 주변을 포용해야 한다. 궁극은 서로 통한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에 대한 포용 및 타 분야 인재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이 가능하도록 자기 전공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 여기에 개방성을 더해야만 창의가 나온다.

머지않은 미래의 엔지니어링산업은 실물과 디지털이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는 틀로 진행될 것이다. 그렇기에 인공지능과 이를 개발 및 관리, 감수하는 엔지니어의 역할로 양분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미래의 글로벌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는 인재들의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체계 및 기업의 어젠다를 준비해 실행할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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