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기본법에서 규정한 건설업의 체계는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의 역할로 구분이 명확하게 규정돼있으며, 이에 따라 원청사는 공사에 대한 관리를 통해 계약을 이행하고, 하청사는 전문적으로 직접시공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인식의 고착화가 이뤄졌다. 제도화된 법령과 공사비 산정체계, 계약문서 등 모두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고착화된 인식 속에서 제도가 견고하게 다져져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부분의 간접업무가 하청사로 인해 이뤄지고 있다는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노무자도 하청사가 직접 고용해 관리하며, 공사에 필요한 자재도 대부분 구입하고 반입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실시공에 필요한 샵드로잉 작성, 장비를 공사일정에 맞춰 임대하고 시공에 투입시키는 관리 등 모든 것이 실제로 하청사가 주관하며 관리하고 있으며 원청사의 간접노무 인원만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노무자 관리, 자재 관리, 설계도면 관리, 장비수급 관리 등의 업무에 따라 발생하는 간접비의 대가는 하도급 간접비에 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또한 하도급 간접비의 제도화는 하청사 스스로 공사프로젝트의 관리역량을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므로 업역개편을 위한 전문건설업체의 관리역량을 최소한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선해 업역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 역량 있는 건설업체를 위한 제도개선이라 하나 기초체력을 기를 토양마저 마련해 주지 않은 채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 과연 ‘공정’인가에 대해 우리는 더 고민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필드의 많은 분쟁사례를 보면 이러한 간접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하청업체가 이를 원청에게 청구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공과잡비’라는 항목이 있으나 이는 일반관리비 및 영업이익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인식되고 있을 뿐이어서 그 비용이 미미하고 실제 간접비 일부의 수준도 감당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건설산업기본법에서부터 하청사가 담당하는 간접노무업무에 대해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이에 따른 하도급 간접노무비 및 현장관리비 항목이 계약내용에 포함돼 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간접비 기준 부재로 인한 문제는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에도 발생하는데. 하청사는 간접노무 인원에 대해 상주하는 기간이 추가돼 실비를 청구하고 싶어도 관련 근거가 없어 원청사나 발주자로부터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이러한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일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선명하고 분명한 문제가 왜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필자는 2018년 본지 특별기고를 통해 하도급계약의 간접비 제도화에 대해 강조한 바 있었으나 여전히 제도화가 되지 않고 많은 업체들이 불이익을 감당한 채 건설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의 저명한 법학자 루이스 폰 예링의 저서인 ‘권리를 위한 투쟁’의 첫 문장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간접비의 제도 미비로 인해 계속적으로 분쟁이 발생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의 바탕에서 평화를 위한 수단으로써 투쟁을 선택해야 한다면 기꺼이 이를 통해서라도 건설산업의 주체로서 정당한 권리를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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