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건설 전문지 ENR(엔지니어링 뉴스레코드)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설시장에서 우리나라 건설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5.7%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18년 점유율은 6.0%로 3년새 0.3%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반면, 중국 건설사들의 매출 점유율은 2021년 28.4%, 3년 전인 2018년 24.5%보다 3.9%p 증가한 수치다.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운 가격경쟁력이 주된 동력이다.

우리 건설사는 기술력을 앞세운 해외 선두기업들과 가격경쟁력이 주 무기인 중국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기술 기반 고부가가치 사업인 투자·시행, 원천기술 개발, 사업관리(PM)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의 경쟁력은 짧은 시간에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고부가가치 사업부문은 해외 선두기업들이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에서도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글로벌 건축설계인력 35명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실시 비용 30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반가운 것은 최근 DL이앤씨,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이 가격경쟁력보다 기술력 등으로 승부하는 고부가가치 사업 해외수주에 집중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반가운 일이다. 기술력을 키우려면 엔지니어링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흔히 ‘전방가치사슬’이라고 부르는 기획, 타당성조사, 계획 및 예산 수립, 기본설계 분야가 건설 전체 사업비로는 10~15%를 차지하지만, 건설사업 전체의 사업비와 품질을 좌우한다.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력을 해외 선두기업들과 대등한 위치까지 올려놓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발주제도부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매년 발주제도는 개정되고 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식이다. 혁신적인 개편이 아닌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공공발주자가 혁신해야 하고 이를 국가적 어젠다(과제)로 격상시켜서 관리강화 및 거버넌스 개선을 연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스마트 건설 시대에 걸맞은 협력적 조달방식으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직적 공공공사 입·낙찰 규정과 예산규정을 가장 먼저 손봐야 한다. 혁신의 주목적은 생산성 향상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사업기법 적용 다변화와 예산 수립 및 집행에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 외에도 제3자 하도급이 가능하도록 특례규정 마련, 기술력 평가가 강화된 낙찰제도로의 전환도 시급하다.

둘째, 건설 기술인력에 대한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 건설엔지니어링 인력에 대한 박한 대우는 우수한 인력의 시장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기술인력의 고령화 현상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기술인력관련 연구보고서(2019년)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41세 이상 기술인력은 증가했고 40세 이하 기술인력은 감소했다. 또한, 한국건설관리학회(2019년)가 실시한 대학생의 건설산업 비전 인식 조사에 의하면 좋다는 비율은 10% 정도인 것에 비해 나쁘다는 비율은 40%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타업종에 비해 건설업종의 연봉이 박한데 기인한다. 특히, 엔지니어링업계의 연봉은 최하위 수준이라 할 만하다. 그 원인은 정부의 엔지니어링 대가기준에서부터 출발한다.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기준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엔지니어링 대가기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셋째, 설계위주의 대학교육을 기획, 타당성조사, 계획 및 예산 수립, 사업관리(PM) 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 문제는 토목학회에서도 거론된 바 있지만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토목학회를 중심으로 대학교육 커리큘럼 개편을 위한 테스크팀을 만들어서 해외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학교육 필요 요구조건을 마련하고 이를 반영한 개편안을 제정해 행정 및 재정적 지원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고 건설산업은 메타버스, AI를 통한 스마트 건설기술을 개발해 한 단계 도약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 건설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더한다면 건설산업의 기술경쟁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경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