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이 우리나라의 주 최장 69시간 근로를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거센 반발을 3월19일(현지시간) 큼지막한 기사로 보도했다. 제목이 “이 나라는 주 69시간 근무를 원했다.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는 다른 생각이었다”였다. 이틀 전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도 ‘한국 정부는 69시간제를 원한다. 청년층은 반발한다’라는 비슷한 제목의 기사에서 “청년층 반발로 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69시간제 도입 결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전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논란이 일고 있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꼬집은 보도들이다.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해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한 개편안이 ‘주 69시간제’로 잘못 받아들여진 건데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한국 정부가 정책을 충분히 홍보하지 못한 게 외신 보도에까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당연히 정부 책임이다. 홍보 실패도 결국 정책 실패이니 그렇다.

의견 수렴과 검토도 충분하지 않았다. 3월1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근로시간 개편에 관해 물었는데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쉴 수 있어 찬성’이라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불규칙·장시간 노동, 삶의 질 저하 우려돼 반대’라는 답은 56%였다.

20대 직장인 절반 정도의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이 채 안 되는(직장갑질119) 현실에서 몰아서 일하고 연장근로 시간을 차곡차곡 챙겨 휴가로 쓰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에 정부는 귀를 닫았다. 휴식권 보장 없이 최대시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방안에 대해 노동단체 반발이 큰데 충분한 설명과 협의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니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 근로자 연평균 노동시간이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길다(CNN)거나, “극심한 노동으로 인한 심부전이나 뇌졸중으로 돌연사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가 한국어 ‘Kwarosa(과로사)’”(호주 ABC방송)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주 52시간제로 경직된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건 바른 방향이다.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주 52시간에 묶인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였다. 특히 정보기술(IT) 개발자나 건설현장 근로자 등은 한 달, 두 달 몰아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행법을 어기지 않고선 불가능한 게 한국이다. 이런 업종에선 탄력 근로시간 운용이 절실하다.

국민은 이 취지를 살리면서 사업자 악용이나 과로 우려를 씻어낼 안전판을 담은 새 방안을 기다린다. 3월20일에 발표된 또 다른 여론조사를 보면 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2주 연속 하락해 30% 중반대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긍정 평가가 20대(3.1%p↑)에서 올랐다. 조사한 리얼미터 측은 “긍정 평가의 큰 폭 하락 속에서도 20대에서 미세하게나마 반등한 게 주 69시간 논란에 MZ세대 목소리를 듣겠다며 소통한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이것이 국민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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