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외건설은 수주의존형이다. 대부분이 설계·조달·시공(EPC) 방식의 수주에 의존하고, 기획, 설계, 조달, 시공, 유지관리, 운영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반의 사업관리, 운영능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수주중심의 해외건설 의존도가 강한 현 상황에서 이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지원체제가 구축돼 온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투자개발형 사업의 비중이 높고, 업스트림의 고부가가치 영역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개도국의 추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투자개발형 고부가가치형 선진형 해외 진출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긴요하다.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경쟁력은 시공에서 다소 우위를 보이나 기본 설계능력은 선진기업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아울러 사업관리능력, 클레임 대응능력 등 리스크 관리능력도 선진기업에 비해 열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더욱 비교열위에 있다. 

이러한 설계-시공 분야의 기술능력과 사업능력 향상과 더불어 투자개발형 해외 진출은 향후 해외사업의 먹거리 창출과 해외건설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투자개발형 해외사업실적의 부족은 사업성이 있는 사업의 발굴시스템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사업발굴은 주로 개별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고 그것도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투자개발형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기획, 타당성 분석, 금융조달능력, 사업관리능력 등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하기에 대기업도 이러한 능력을 골고루 갖추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KIND(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설립돼 대형사업의 타당성조사, 금융주선, 지분투자 등을 통해 투자개발사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중소건설기업에 대한 해외투자개발 사업 지원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공적 유·무상원조, 신탁기금 등 국제개발원조에 일정부분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타 선진국에 비해 이러한 원조 및 기금 활용은 매우 미흡하다. 이는 국제협력과 개발 관련 컨설팅 기능을 수행할 컨설팅업체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투자개발형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국제개발기구 및 해외개발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사업발굴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컨설팅 업무의 ‘현지화’가 매우 중요하다. 개별기업 차원에서 정보수집 및 사업발굴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정부와 관련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정 출자를 통해 중점 협력국 및 주요 진출국가에 국제협력·개발컨설팅 지원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미 각 부처에서는 각 산업을 위해 여러 가지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이러한 해외사무소 간 연계·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시장정보 및 개발계획 등 관련 정보의 체계적 수집과 공동 활용은 효율성 측면과 정보의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분절된 해외사무소의 통합은 부처의 이해관계로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개발협력과 투자개발형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도시·인프라·부동산 등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컨설팅 지원센터의 설립이 절실하다. 

현지국 개발컨설팅 지원센터는 단순히 국내인력의 파견이 아닌 현지국가의 컨설팅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시스템이 돼야 할 것이다. 국내 핵심컨설팅 인력과 현지국의 인력 간 네트워크를 통한 사업발굴과 사업타당성, 금융조달 주선, 사업수행과정의 애로사항 지원 등에 이르는 토털 서비스를 지향해야 한다.

또한, 개발협력을 위한 국제기구, 다자개발은행과 연계를 통한 개발자금의 유치와 해외 유·무상원조에 대한 수주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컨설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소규모개발사업의 발굴과 중소·중견기업의 투자개발사업에 대한 현지 맞춤형 컨설팅 지원으로 사업의 성과를 확대하는 데도 많은 역할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센터의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정부 및 대기업 등 관련 사업주체의 참여와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센터운영 성과를 보아가며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현지 맞춤형 컨설팅 지원을 통해 해외투자개발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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