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의 공사비 검증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증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시공사가 추가로 증액 청구한 1조1380억원 중 14%에 불과한 1630억원만 검증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검증을 제외한 항목은 총 검증대상 공사비 중 86%나 되는데 이는 분양 지연에 따른 추가금융비용, 물가상승분, 중단기간 및 공사재개에 따른 손실비용 등으로 알려졌다.

공사비검증제도는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일정비율 이상 증액하려고 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사업시행자가 검증기관에 의뢰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둔촌주공아파트 사례에서 보듯 실제 공사비와 관련된 검증을 위해서는 단순한 물량과 단가만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지연에 대한 귀책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가지 공사비에 대한 검증 능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공사비 검증에 포함된 사안들은 단순히 물량 단가만을 검증하는 것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보다 원가공학적·기술적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이고, 역량이 부족한 경우 제대로 된 검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엄밀하게 건설과 부동산은 완전히 다른 분야다. 또한, 건설공사비와 부동산가격은 그 개념부터 다르다. 부동산은 매매의 개념, 시장가치로서의 가격(Price)인 데 반해 건설공사비는 원가(Cost)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국부동산원이 공사비를 검증하기 위한 기관으로서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사비 검증을 위한 기관은 어떠한 기관이 돼야 할까? 국내에서는 공사비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의 감정절차를 이용해 공사비 산정결과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법원의 감정절차는 법원에 등록된 감정인이 법원에 접수된 사건에 한해 수행한다는 제도적 제약이 있다. 또한 감정결과가 나오더라도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해당 금액의 인정 여부도 판단을 받아야 하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에서 규정하는 공인 원가계산기관이 있다. 공인 원가계산기관 회원사들은 관련법에 의거 공공 공사에서의 물가변동 및 공사비 원가검증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공인 원가계산기관들은 공사비 검증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다수 속해 있어 이미 공사비 검증과 관련된 전문화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공인 원가계산기관은 앞서 언급한 소송 및 중재사건에서의 감정기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비사업에서의 공사비 검증에 실질 검증기관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분쟁 예방을 위한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다. 

공사비 검증제도로 수억원의 검증수수료를 지급하고도 14%의 금액만이 검증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고도로 발전한 사회일수록 전문분야에 대한 인재가 적절하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제도화해야 한다. 전문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진다면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달성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실효성 있는 공사비검증제도가 안착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