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연동제가 올해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예를 들어 납품대금의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원재료가 기준 이상 가격변동 시 의무적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약정하는 것이다. 

국제 원자재가격 및 시중물가의 앙등이 지속된 가운데, 수탁을 받아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거래대금의 적정한 조정을 꾀하는 납품대금연동제가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라틴어 법격언처럼, 본래 민법의 기본원칙은 ‘계약준수원칙’이라 할 수 있으며, 이에 법원에서도 사정변경을 통해 계약을 해제하거나 변화를 꾀하는 것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인정한다. 다만 공공조달시장 분야에서는 국가계약법에 근거해 발주처 책임이 없는 경우에도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제도를 특별히 두고 있는데, 이에 약정절차를 가미해 민간시장까지 확대하는 취지가 현재 도입된 납품대금연동제에 담겨 있다.

10여년간의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입법된 동 제도와 관련해 민간시장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노력을 통해 제도의 ‘동행기업’으로 참여하는 위탁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공공분야에서도 납품단가연동제 적용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게 됐다. 다만, 공공조달시장의 특이성으로 인해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몇몇 사항에 대해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공기업 등에서 납품단가연동제를 적용하는 경우 동 제도가 계약당사자 간의 사전적 약정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약정이 없어도 계약 이후 요건이 발생하면 청구권이 발생하는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조정제도와 중첩될 여지가 있어, 이에 대한 법적·경제적 관계의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큰 계약금액의 단일계약으로 체결되고 공사비 산출내역이 발주기관과 공유돼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조정 청구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공공시설공사의 상황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계약건이 다수로 나뉘어 체결되는 물품구매계약의 경우에 이후에도 납품대금 조정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납품단기연동제도에도 90일 이내의 단기계약 또는 1억원 이하의 소액계약인 경우에 적용 예외가 인정되고는 있다.

다만 물품의 경우 위탁자가 납품대금연동제 시행을 위한 협약시점에서 납품될 목적물을 구성하는 원가를 증명하는 자료를 요구하고, 수탁기업이 해당 계약건마다 비용을 들여 외부 전문원가계산기관의 검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민간 위·수탁 기업의 공급관계와 달리, 납품기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경쟁계약이 이루어지는 공공시장 거래 관계에서는 물품의 경우 원가자료 공유를 전제로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사안이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원가분석을 기반으로 하지 않던 물품구매계약이 표준단가화 돼 다른 공공계약건에 활용된다면 납품기업이 받으려고 하는 제품 가격의 탄력성을 제약해 오히려 업체에 불리한 상황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먼저 수탁 기업의 계약금액 조정의 전제가 되는 원가 입증 부담을 완화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납품단가연동 조정 이후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조정이 이뤄지는 경우 중첩 부분에 대해 기조정된 내역이 차감되는 실무적 절차와 근거 또한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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