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9일 인천 검단에 위치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설계오류와 부실시공, 건설사업관리자(감리자)의 관리부실 등 원인과 정도도 제각각이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부실이다. 이번 붕괴 사고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무량판구조의 심의절차 강화 및 전문가 확대, 검측절차 강화 및 관련 기준 연계 보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는 근본원인을 해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건설을 둘러싼 사고, 문제점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결과일까? 그동안 많은 대책이 나오고 제도가 만들어지고 실행됐지만,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한 대책은 없었던 것 같다. 필자가 건설산업을 경험하고 바라본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는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문제로 뉴스를 보고 국토부 대책을 듣고 한심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을 보니 국가는 발전하는데 유독 건설산업만 발전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부는 이참에 건설산업의 근본을 바꿔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장이 나서서 문제해결을 하려고 하고 있으나 역부족으로 보인다.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정부의 책임 강화이다. 우리나라 국가계약법의 목적은 ‘계약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외국의 ‘공정거래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공정거래는 비단 계약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근본원인을 해결하고자 하는 책임을 국가가 나서서 하는 것에 있다. 계약관련 최상위법이 국가의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문제도 설계사, 시공사, 건설사업관리자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의 문제로도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발주기관의 문제 즉, 전관업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근본 원인으로 건설사업관리자(감리자)의 수준과 처우를 들 수 있겠다.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대가와 처우가 우수한 인력의 유입을 막고 있다, 감리자는 현재의 낮은 권한과 기술 수준으로는 시공사를 압도하지 못한다. 시공자는 당연히 감리자를 무시하기 일쑤다, 권한은 발주처로부터 받아야 하고 기술 수준은 시공사보다 높은 대가를 줘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민간사업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세 번째는 설계자의 책임 강화와 함께 설계 기간 및 대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 설계오류에 대한 설계자의 책임이 지금처럼 경미한 수준에 그칠 경우 정밀한 설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의 짧은 설계기간과 적은 설계대가로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설계기간 및 설계대가 적정성검토를 실시해 적정한 설계기간과 대가를 확보해야 한다.

네 번째는 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at Risk; CMR) 제도의 올바른 방향으로의 정착이다. 현재 LH에서 시범적용 중인 CMR제도는 선진국형에서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 선진국형 CMR은 설계와 시공뿐 아니라 건설사업관리를 계약자에게 맡기고 총공사비를 보장받아서 시행하는 사업방식으로, 확정된 총공사비의 증액은 없고 절감액이 있으면 이를 발주기관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계약자의 설계 및 총공사비 추정 노하우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으며 발주기관은 총공사비의 증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 시행 중인 CMR은 계약예정자가 제안한 기본설계를 발주기관에서 주도해 변경하는 실시설계를 하고, 변경되는 공사비를 계약자에게 변경 없이 시공하도록 하고 있다.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방식이다. 지금이라도 선진국형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대책이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라서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발생하는 비용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낭비되는 행정비용, 점검비용, 재시공비용 등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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