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애환이 담긴 드라마라면 늘 등장하는 것이 집 문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OTT 드라마 ‘무빙’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을 주름잡던 현장 요원이 사무직으로나마 국가정보원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집 때문이었다. 소주 24병을 마시면서 괴로움을 달래야 할 만큼 싫은 직장이었지만 공무원 임대 아파트 연장을 위해 사표를 가슴 속에 접어 둔다. 집은 그렇다.

드라마를 언급하지 않고도 대다수 서민 걱정의 9할은 집 문제일 것이다. 금리가 올라서, 또는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까 봐 하루에도 수차례 걱정한다. 대한민국 국민 중 집 앞에 작아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런데 주택공급 자체가 앞으로 몇 년은 메마를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허가물량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니 앞으로 2~3년은 그만큼 신규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9월 한 달 인허가물량이 그나마 전월 대비 680%를 찍으며 회복세를 보였고 3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건설원가 상승 때문에 분양가 상승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 상승으로 집값 상승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데, 이를 두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다.

매매가 막히니 아파트 전셋값은 다시 꿈틀거린다. 최근 한 달간 전세 보증금이 1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5일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2월 하락 전환한 뒤 지난 7월까지 떨어지다가 7월 넷째 주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 10월 마지막 주까지 15주 연속 올랐다.

전세는 전세대로, 월세는 월세대로 야단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우려 때문에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들은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보증금 떼일 걱정이 적은 월세 수요만 빌라로 향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서울 한강변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는 연초부터 35층 제한이 풀리자 50층 이상 초고층으로 짓겠다고 야단이다. 그 덕에 한강변 재건축·재개발 단지 시세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보증금을 잃을까 봐 월세가 오르고 한쪽에서는 투자 호재로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주택 시장이 불안 속에 흔들리면서 정부는 지난 9월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방안에 대해 한 달 만에 후속조치 점검에 나섰다.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서 제시한 과제 이행을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지원,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비(非)아파트 건설자금 지원 등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지원작업도 시작했다.

PF 금융은 특별상담 창구를 개설하고 보증한도(규모) 확대나 보증요건을 완화한다. 이와 더불어 실물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청약할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기준을 확대하고 벌떼입찰 기업을 제외하고는 공공택지 전매제한을 완화하는 조치 등도 시행했다. 또한, 비아파트에는 건설자금 지원(가구당 7500만원, 금리 최저 3.5%)도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고른 정책이지만, 부족한 아파트 공급을 충당해 줬던 비아파트 정책은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안정적인 공급이 흔들린 탓이 크다. 수요에 맞는 다양한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균형을 찾을 수 있다.

가뜩이나 전세사기로 수요자가 외면하고 있는 비아파트는 건설자금을 지원해 늘린다고 한들, 주택 시장에 충분한 기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아파트를 주거로 활용할 수 있는 규제를 해소하고 안전을 내세운 유인책도 있어야 한다. 주택공급이 막히게 되면 가장 어려울 사람들부터 생각을 해야 한다. 가장 낮은 단계에서부터 물꼬를 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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