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리 태평한가 싶다. 빚 이야기다. 한국의 가계와 기업 부채 증가가 위험 수위인데 정부나 금융권이나 너무 안일한 것 아닌가 해서 한 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더한 비율은 2022년 281.7%로 5년 전보다 42.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조사 대상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이 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92%에서 지난해 108.1%로 16%포인트 증가했다. 두 자릿수 증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정부 때부터 값이 급등한 아파트를 빚내 산 이른바 ‘영끌족’이 많아서다.

현 정부 들어 상황은 더 악화했다. 최근 2년간 이어진 고금리 추세에 가계의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이 지난 2분기 역대 최고를 찍었다. 방법은 어떻게든 높은 이자 내고 버텨보든가 포기하든가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를 세 주고 경기권 부모 집으로 합가한 젊은 층을 종종 만났다. 맞벌이로도 이자 비용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외곽 지역에선 구축 아파트값이 정점 대비 60% 수준의 가격으로 매물로 나오고 있다. 주변에 물어보니 영끌족이 던진 물건이라고 했다.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가 사상 최대인 448만 명에 달했고, 연체율도 1.4%로 3년 3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이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62%로 나타났다. 최저 생계비를 빼고 소득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려면 돈 씀씀이를 줄여야 하고, 소비 위축은 국가 경제 활력을 저해한다. 경제가 침체하면 또 가계 파산 경고음이 커진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취약차주 상황은 더 심각하다. 취약차주의 DSR은 1분기보다 0.2%포인트 오른 평균 67.1%로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DSR이 70%가 넘는 사람도 295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진짜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 문제는 제2금융권 의존도를 높인다. 이 또한 가계를 위협하는 악순환의 굴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쓰겠는가.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취약·고위험 차주의 채무 상환능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관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금융기관도 충당금을 쌓고 자본금을 늘리는 등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건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둘러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기업부채까지 최악이라서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지난해 173.6%로 5년 전보다 26.6%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우리 경제 최악의 시기였던 1998년 외환위기(108.6%) 때는 물론 2009년 세계 금융위기(99.6%) 때보다 높은 비율이다.

고금리와 저성장이 장기 추세로 자리 잡아가는 한국이다. 물가도 불안하다. 이 외에도 가계와 기업 빚 폭탄의 뇌관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한국 경제에 제3의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속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