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전국 5개 지구 8만호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수도권이 구리 토평, 오산 세교, 용인 이동 등 3곳이고 비수도권이 청주 분평, 제주 화북 등 2곳이다. 서울에 바짝 붙어 있어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라 불리는 구리 토평을 비롯해 오산과 용인도 반도체 밸리 등에 가까워 실수요자들 관심이 높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에 신경 쓰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주택공급이 필요한데, 역대 정부는 이 부분에서 실수가 많았다. 수요가 풍부한 입지를 미리 확보하다는 의미도 있어 국토부의 이번 조치는 분명히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자. 이번에 발표한 신규택지가 실제 공급되려면 몇 년이 걸릴까. 2018~2019년에 발표한 3기 신도시가 아직도 착공하지 못했다. 4년여가 지나서 토지보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을 뿐이다. 개발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이번에 발표한 택지들은 10년은 지나야 시장에 실제로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먼 미래에나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반면 지금 주택시장은 이미 확보된 택지조차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다. 건설·시행사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토지를 확보한 뒤, 중도금·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올들어 토지 분양대금 연체액이 1조원이 넘고, 계약 해지 후 공공기관에 물취당한 계약금 규모만 900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업체들이 계약금을 뱉어내면서까지 계약을 해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사·인건비는 오를 대로 올랐고, 금리도 급등하면서 나가는 돈은 늘어나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작년 레고랜드 사태 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은 엄격해졌고, 분양경기 역시 침체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개발업계에서는 업체들의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공공택지 계약 해지는 단순히 건설·시행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LH 등 입장에서 공공택지를 언제까지 그냥 둘 수 없기 때문이다. 공급 공고를 다시 내고, 추첨이나 입찰을 통해 낙찰사를 선정해야 한다. 분양경기가 좋을 때는 업체들이 ‘서로 못 가져가서’ 안달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LH 등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원활한 택지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최악의 시기’에 택지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규 주택 수급은 더욱 불안해질 위험이 높다. 2010년대 후반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에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이같은 구조가 한몫했다는 건 웬만한 건설개발 전문가들이면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미 분양된 택지에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서로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정기간 대금납입을 유예하고 과도한 연체이자율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전매제한 기간 등을 더욱 풀어줘 공급이 꼬인 택지가 자금력이 있는 업체들로 다시 배치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

국토부는 신규택지 확보 못지않게 기존 공급된 택지에서의 주택공급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건설·시행사 구하기가 아닌, 부동산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 정부가 대책을 검토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