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PF 시장 침체·고금리 기조로 사업 참여 힘들 것”
시민사회 “정부가 나서 부지 개발해야, 대통령도 공언해”

지난해 3월 유찰됐던 부산항 북항 1단계 랜드마크 부지<사진>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가 또 다시 유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이 길어지고 고금리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쉽사리 공모에 뛰어들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8일 부산항만공사(BPA)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BPA는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랜드마크 부지 개발 희망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참가신청을 받는다. 이후 다음달 27일 사전 참가신청 업체에게 북항 랜드마크 부지 예정가격을 고시한 후 3월28일 사업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4월18일 발표된다.

북항 랜드마크 부지는 총면적 11만3285.6㎡를 차지하는 특별계획구역이다. BPA는 사업시행자가 창의적이고 우수한 설계안을 반영하기위해 이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부지는 지구단위계획상 건폐율과 용적률은 각각 40%, 600% 이하로 지정돼 있으며 타 부지와 달리 높이 제한이 없어 초고층의 마천루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BPA는 이 부지에 레저·휴양이 가능한 리조트, 특급 호텔, 워터파크, 수족관 등 복합 용도의 글로벌 어트랙션과 문화공간을 유치할 방침이다. 이들 시설은 원도심 활성화의 거점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BPA는 지난해 3월 첫 공모를 진행했으나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전문가들은 침체하고 있는 부동산 PF 시장과 건설 경기 불황이 겹쳐 기업들이 공모에 참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잿값이 급등하는 등 건설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여 공모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한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부산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 문제로 야기되는 불확실성까지 겹친 것도 사업 참여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예정가격이 지난해 3월 첫 공모 때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도 입찰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예정가격이란 입찰 전 감정평가를 거쳐 공지되는 사업비로,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사업제안서를 통해 예정가격과 같거나 높은 사업비를 제시해야 한다.

지난해 3월 공모 당시 예정가격은 약 6083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공지될 예정가격은 이와 같거나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예정가격은 통상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서 예정가격이 더 높아지면 기업들은 사업에 참여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교수는 “이 부지가 북항 1단계 재개발 부지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라고 부각하면서 “랜드마크 개발이 늦어진다면 국제해양관광 거점 확보,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북항 재개발 전체 사업의 가치 창출이 더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공모와 관련한 서면질의 수도 지난해 공모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질의는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다.

단독 입찰로 유찰된 1차 공모와 비교해 서면질의 참여 업체는 6곳이었지만 올해에는 3곳에 불과했다. 질의 수도 35건에서 28건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BPA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이 계속돼 사전 문의가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또 다시 유찰이 될 경우 민간기업 대신 정부가 직접 나서 부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민간기업이 나서 수익과 공공성을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지 않냐”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부산에 내려와 ‘북항 재개발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나선다고 해서 개발이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다른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 사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해 공공성을 담보하는 건축물을 지을 경우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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