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가 시작되자 국내 건설기업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와 연이은 전쟁 발발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부동산시장 위축과 건설원가 상승도 계속돼 어려운 경영여건에 놓여 있으므로 올해는 강건한 현금흐름이 경영의 중심이 돼야 한다.”

“건설업 전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의 지속, 업무방식 변화 및 경영시스템 개선, 안전과 품질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디지털혁신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원가혁신 활동을 통해 계획한 경영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실로 어려운 여건이 중첩돼 있는 상황에 비장함마저도 보이는 신년 경영방침이다.

건설경기는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나빠진 세계경제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가중된 이후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거기다 국내 건설시장은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과열을 식히기 위해 단행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상당히 위축돼있는 상태다.

건설기업들은 국내에서의 수주축소를 해외에서 만회하고자 하지만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해외시장도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경영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CEO들은 낭비제거, 수행역량 강화, 원가혁신, 디지털혁신 등을 제시하고 있다. 위기가 올 때마다 하는 말이다.

필자는 위기극복 방안 중 한 가지를 제안한다. VE(Value Engineering)는 현재 100억원 이상 건설공사의 설계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설계를 기능 중심으로 생각해서 비용을 절감하거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실시한다.

관련 지침에는 ‘설계의 경제성검토’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매년 정부예산 1조3000억원 정도를 절감하고 있는 강력한 기법이다.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각 단계마다 1회씩 실시하는데 평균 5% 정도의 비용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VE의 우수성과 효과성을 홍보하고 장려하기 위해 매년 VE경진대회를 한국VE연구원 주관으로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VE의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일부 주택사업에서 VE검토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민간사업에서는 VE를 실시하지 않는다. 건설기업의 전체 사업 중 민간사업 비중은 거의 40~60%까지 주택사업의 활황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평균 50% 정도다. VE를 통한 비용 절감효과는 5% 정도다. 우리나라 건설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5%인 점을 감안한다면 무시하지 못할 효과라고 할 수 있다.

VE는 설계단계뿐 아니라 시공단계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VE의 원조국가인 미국 그리고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시공단계에서의 VE적용을 계약 시 의무조항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건설업체가 비용 절감, 공기 단축 그리고 시방규정 변경 등을 자유롭게 제안하도록 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공단계의 VE적용이 의무화되지는 않고 건설업체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 설계단계의 VE와는 대조적으로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과 같이 시공VE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계약조건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시기이다.

필자는 이와는 별개로 건설업체가 자발적으로 시공단계의 VE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AI의 발달과 더불어서 BIM, 드론 등과 같은 스마트건설기술을 비롯한 건설공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법이 개발되고 적용되고 있지만 VE는 이미 검증된 기법이라는 점에서 적용이 훨씬 유리하다.

경영환경이 어려운 요즘 비용절감을 위한 대안으로써 VE는 적극 도입해야 할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VE가 비용절감 뿐 아니라 기능향상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꿩 먹고 알 먹는 우수한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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