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는 통상 주가가 오른다.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도 그렇다. 아마도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일 거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연초 효과’ 혹은 ‘1월 효과’라고 한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시작될 거라는 전망에 올해는 특히 1월 효과가 기대됐다. 막상 2024년의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악재가 쏟아지면서 주식시장이 비틀거리고 있다. 금리인하 시기가 아직 멀었다는 시그널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잇따라 주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다. 

중동에서는 예맨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에 대항해 미군이 수차례 공습을 하면서 홍해 지역의 확전 우려가 커지고, 이란이 이라크, 시리아,파키스탄에 드론과 미사일을 쏘면서 호르무즈 해협도 전운이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이 미국 아아와주 코커스(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51%의 득표율로 압승하면서 미중관계 악화와 바이든 행정부 정책 뒤집기가 우려된다. 

한국의 주요 무역대상국인 중국은 주택가격이 하락하며 경기침체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여기에 북한은 ‘대한민국은 주적’이라고 공언하면서 한반도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유례없는 수위의 대남발언을 이어가고 있고, 윤석열 정부 역시 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대결국면이 장기화되면 외국인들의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외국인들은 새해 이후 한국 주식을 열심히 팔고 있는 것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 이탈은 환율은 가파르게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달러당 1200원대로 내려섰던 원화는 어느새 1300원대 중반에 올라섰다. 

이같은 금융시장분위기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건설사에게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한층 어려워지고, 주택을 팔기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대거 완화하고, SOC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얼어붙어서는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당장 연초 이후 국내 건설주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빠른 조치에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한숨을 돌렸다지만 시장침체가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건설사들이 떠안고 있는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 

이제는 금융사의 건설사 리포트 한 장에도 민감해지고 있다. 최근 증권사와 신용평가사들은 잇달아 건설사의 부실 PF 관련된 보고서를 냈다. A사, B사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될 때마다 해당 건설사들은 애만 태운다. 

개인적으로 부동산업계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부동산을 담당하다 떠났다 다시 담당하기를 반복한 게 20년이다. 지금만큼 분위기가 험악했던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이름 있는 대형건설사마저 부실건축에 연루되며 대규모 행정처분을 받고 휘청거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경제는 순환주기가 있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으면 좋을 때가 있다. 그 주기가 짧으냐 기냐의 문제이지 침체가 있다면 호황은 반드시 왔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가 그 호황을 누렸다. 삭풍의 계절을 지나며 업계도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저출생으로 인해 갈수록 심해지는 인력난에 대응하고 고부가가치를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하면서 하도급업체들과 상생관계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산업현장의 안전도를 향상시키는 것도 기업평판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오지만, 그 봄을 즐기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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