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앙등으로 인해 예산액과 시장가격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다수의 공공사업에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다소 규모가 큰 공공사업에 있어 입찰방식의 유형과 무관하게 단독참여 유찰이나 무응찰이 늘어나게 되면 많은 지역 숙원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공공사업 분야 또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기에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일감 확보가 중요한 작금의 상황에서도 건설업체의 시장참여를 이끌지 못하는 상황은 공공사업에서 적정한 대가에 대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합리적 의사소통이 괴리된 채 입장 차이가 크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도 조달청을 중심으로 지난해 6월부터 대형국책사업에서의 기술형 입찰 유찰에 대응하기 위해 물가변동 지수 및 자체조사 단위공사비 등을 활용, 공사비를 확인하는 ‘발주단계 공사비 적정성 검토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는 사업비 책정 뒤 3년 이상 지난 기술형 입찰사업은 공고 전 단계에서 공사비를 확인해 물가변동 지수 증가율이 20% 이상인 경우 원칙적으로 수요기관에 공사비 재검토를 요청하거나, 공고 뒤 입찰자가 없는 무응찰 사업은 유사사례 대비 단위공사비가 95% 미만이면 공사비 적정성 심의를 거쳐 동일하게 조치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본래 조달청의 설계적정성검토 제도는 주로 200억원 이상 총사업비 관리대상 건축공사 등에 대해 설계단계에서 부실설계와 예산낭비 요인을 예방하는 취지로 공사비의 적정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적정대가와 관련된 조달청의 적극적 역할이 제기된 상황에서 향후 기술형 입찰에 해당하지 않거나 현재 적용기준 금액 이하 사업에서도 입찰 전 사전규격공고 시기 등에 공급업계로부터 부적정 예산사업이라는 의견이 다수 접수된 사업, 또는 사업발주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등에도 적정성 검토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편 공공공사의 적정대가는 공공공사 기획 및 설계단계 이외에도 발주, 시공, 준공, 유지관리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정보 속에서 확립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 육군 공병대에서는 시설물 건설사업에서 시공자의 책임 없는 공기 연장 관련 비용지급 요청이 있는 경우 시공자가 네트워크 분석 체계 기반의 공정표를 기준으로 공기 연장 일수와 현장에 투입된 관리인력의 월급 명세서 등 근거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며, 계약관은 부서 내 견적, 가격 정보지, 내부 기록, 실적 자료 등을 참조해 시공자 제출 제안서상 주요 비용을 분석 후 계약금액 조정 목표를 담은 문서를 구비해 계약금액 조정 협상에 임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무엇보다 공공사업에서 쌓은 빅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경우 실제 건설업체의 공공공사비 실행 내역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전주기적 공공사업비 빅데이터의 구축 확대는 추후에도 적정공사비 문제의 한 축인 공기연장 간접비의 해결에 있어 의미가 크다 하겠다.

예정가격 이하 투찰만 가능한 우리 공공계약제도에 대해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예산액을 다소 넘는 투찰에 대해서도 기술적·총생애주기적 가치 판단 하에 낙찰 가능성을 열어두거나, 또는 공공공사의 예비비 항목을 신설하는 등의 획기적 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 공감대 마련을 위한 중장기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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