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30일(현지시각) 올해 세계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새로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치에 비해 미국(0.6%p)과 중국(0.4%P) 등 주요국 전망치가 의미 있는 수치로 올랐는데, 한국은 0.1%p 소폭 상향되는데 그쳤다. 찔끔 오른 이 전망치 역시 자력 성장이 아니었다.

IMF 측은 한국과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 전망이 개선된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한국은 내수 악화와 글로벌 패권 경쟁 등에 따른 변수에 고전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세계 각지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이에 따른 주요국 대외정책 변화가 부를 불확실성에 중동전쟁 확전 가능성까지 겹쳐 한국 상황이 위태롭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 선박을 공격한 이후 한국의 중소 무역상사를 비롯해 대기업의 판매법인은 이집트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무역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운임비용이 5배 이상 치솟아 애로를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현지 육로 수송을 병행해 홍해를 비껴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로 역시 마지막에 배에 태울 제품은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 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급기야 일부 대기업은 아예 올해 현지 법인에서 사업을 확장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이 불안하면 기름값도 오른다. 한국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의 69%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물류비 인상과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워 서민 생계를 위협한다. 이 모든 상황은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게 뻔하다.

이런 대외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우리의 약점이다. 그렇더라도 가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데 국내 상황이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가는 의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이야기를 해야겠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사망 등 중대재해 시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시행이 2년 유예돼 1월27일부터 적용됐다.

중소·영세업체들은 안전관리체계 미비 등을 들어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이지만 국회가 요지부동이다.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음식점, 빵집 주인 등 자영업자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로 포함된 공사비 50억원 미만 건설현장들은 사실상 대책이 없다면서 자포자기한 상태라 한다.

정치권이 이런 국민 요구를 외면하는 건 명백한 직무 유기다. 

이 와중에 한술 더 떠 정부·여당은 감세와 현금성 지원, 규제 완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또한 총선을 의식한 행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심 공약에 내년 세수가 10조원 안팎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나랏빚이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섰고 올 연말 1200조원에 육박한다. 선심성 정책 폭주, 망국적 포퓰리즘은 이제 제발 그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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