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은 한국 경제의 역사와 같이한다. 어찌 보면 경제 발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건설업의 불황이 장기화되면 여기저기서 토건공화국이라고 건설업을 폄훼하곤 한다. 그럼에도 건설업의 국민경제적 위상은 굳건하다. 2022년 기준 건설업 부가가치(명목)는 335조818억원으로 GDP의 15.5%나 차지하고 있다.

최근의 예를 들면 2016년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경제성장률이 2.9%를 기록했는데, 이 중에서 건설투자의 기여도가 1.4%포인트였다. 즉 전체 경제 성장의 절반을 건설투자가 담당할 정도로 건설업이 경제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생산활동은 상품을 팔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해 연도 생산에만 영향을 주지만, 건설업은 만들어진 구축물이 장기간 효용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도로를 건설할 경우 완공 이후 장기간 사람들이 도로를 이용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데 시간이 절약된다거나 안전성이 높아지는 등의 사회적 이익을 반영구적으로 창출한다.

특히 2023년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211만4000명으로 전체 고용의 7.4%에 달한다. 또한, 특정 산업의 생산활동이 경제 전체의 직간접적 고용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나타내주는 취업유발계수를 보면 2019년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할 때, 건설업은 생산액 10억원당 11.1명으로 주력 수출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생산액 10억원당 2.1명), 자동차(7.4명), 선박(8.2명)은 물론 노동집약적 산업인 서비스(9.2명)보다도 월등한 고용창출력을 보인다.

그래서 최근 일용직 근로자들이 추운 새벽 인력시장에 나왔다가 일거리가 없어 허탕을 치고 돌아간다는 뉴스가 종종 나오는 이유도 건설업의 불황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나아가 일용직 근로자들이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설경기가 침체될수록 저소득층의 일거리가 감소하고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이와 같은 건설경기의 침체를 단순히 특정 산업의 경기 사이클상의 의례적인 국면으로 간주한다면 전반적인 경제 운용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12월에 발표된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민간소비 증가율을 연간 2.5%로 상정하면서 소비 회복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당시만 해도 무리한 전망은 아니었다. 시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보복소비 심리가 확산되고 소비 시장이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2023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1.8%에 그쳤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소비가 회복되지 못한 것이 고금리·고물가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건설경기의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전체 고용 시장은 나빠 보이지 않았지만 건설업 고용만 놓고 보면 이미 2022년 12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건설경기 침체가 내수 시장을 끌어내리고 있었다. 건설업 자체의 높은 고용 비중과 저소득층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높은 소비성향을 감안하면 소비 침체는 예견됐다.

그래서 내수 시장의 방향성을 판단하려면 건설업의 상황을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나아가 현재 여전히 어려운 건설경기를 고려한다면 올 한해도 우리 내수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많은 사업장의 공정이 멈춰 있고, 중소건설사들의 디폴트 소식이 종종 들리는 상황을 볼 때, 이를 방치한다면, 전체 경제의 성장과 고용에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내수 시장의 빠른 회복을 기대한다면 건설경기가 더 악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 여건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경기 활성화 수준과 같은 높은 단계의 시장 개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높은 경제적 위상을 가지는 건설산업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건설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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