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사단체와 정부 간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정부는 이번에는 기필코 증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측 의견은 의대 증원에 대해 이해당사인 의사와 진지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정부는 대학의 의사 인력 수요와 OECD 국가의 천인당 의사수와 관련 연구보고서 등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해 내년부터 5년간 매년 2000명 수준의 의사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다만 필수의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인력의 확보는 이 분야의 의료수가조정으로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의사단체 등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되나,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공급 의사 수에 대한 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양극단을 달리는 상황에서 어느 한 측의 양보 없이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나하나 과학적 근거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을 볼 때, 우리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업역 갈등의 문제가 불현듯 머리를 스쳐간다. 의대 증원 문제는 정부와 의사단체 등과의 갈등이지만, 건설산업의 업역 갈등은 과거 의약분업 정책 도입 시 의사와 약사의 갈등 양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2020년 건설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업역 간의 장벽을 철폐해 긍극적으로 소비자 즉, 수요자의 이익을 염두에 두는 업역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결과 업역이 폐지된 상호시장에 있어서 종합과 전문의 시장점유율의 변화를 둘러싸고 이의 개선을 전문업계가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상호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업역 내 관련 전문가의 참여와 협상의 조정자로서의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의 정책지원으로 업역 간 상호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종합과 전문업역 간 상호시장 참여의 범위를 조정한 것은 나름대로 성과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종합과 전문업계의 상호 간 주장의 쟁점을 정리하고, 상호 합의하는 수준의 쟁점별 분석항목을 도출해, 관련 객관적인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몇 가지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상호 간의 협상 자료로 활용해 타협안을 도출하는 과정은 이전과는 달리 매우 체계적, 과학적이라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어느 일방의 주장이 100% 관철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상호 수용가능한 수준에서 타협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전제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갈등 상황도 순조롭게 해소되리라 본다.

하지만 업역이익 간의 갈등 해결이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에 항상 이로운 방향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을 고려해 건설산업의 발전과 공익을 추구하는 것은 정부와 정책지원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기관의 몫이다. 업역 이해관계 조정의 결과가 공사의 안전과 품질을 담보하는 것인지,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업역의 이익만을 추구할 경우에는 업역 간의 갈등 해결은 요원할 것이며, 갈등으로 인한 마찰비용이 증가해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은 침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업계 종사자 및 관련 협·단체도 각자 업역 이익 추구가 건설산업 발전과 품질, 안전 등 산출물의 성과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규제와 제도의 불합리로 공익과는 배치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때, 과감히 정부에 이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공사비 부족 문제 등도 실제 공사비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분석을 통해 정부에 건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을 정부와 업계는 염두에 두고 과학적인 자료 분석을 통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정착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업체 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능력 있는 업체가 합리적인 공사비를 통해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공사의 품질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고 나아가 건설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모든 건설산업의 행위자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자료축적과 분석 등을 통해 갈등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갈등’의 건설산업 생태계를 ‘문제해결’의 건설산업 생태계로 전환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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